야마이코 나바로(삼성)는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끈 주역. 입단 당시 저평가를 받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었다.
나바로는 1번 중책을 맡으며 타율 3할8리(500타수 154안타) 31홈런 98타점 118득점 25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4번 같은 1번 타자'라는 표현이 딱이다. 가을 무대에서의 활약은 단연 최고. 나바로는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할3푼3리(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 8득점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품에 안았다.
류중일 감독은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나바로가 훈련을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아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말했다. 타 구단의 집중 견제에도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릴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였다. 시범경기 타율 3할7푼5리(32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정규 시즌에서의 활약을 보면 다소 아쉬움이 든다. 13일까지 6차례 대포를 쏘아 올리며 팀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파괴력에 비해 정확성은 기대 이하에 가깝다. 타율이 1할9푼1리(47타수 10안타)에 불과하기 때문. 13개의 볼넷을 얻어 최준석(롯데), 김태균(한화)과 더불어 이 부문 공동 1위다. 선구안은 문제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구단 내부에서는 나바로가 장타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 역시 "나바로가 타석에서 수싸움을 잘한다"면서도 "초반에 큰 게 많이 나와 그런지 홈런 이외 안타가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10안타 가운데 2루타는 1개 뿐이다.
일각에서는 나바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타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번 같은 7번 타자인 박해민을 선발 라인업 맨 위로 올리고 나바로는 장타 능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타순에 배치하면 타선의 짜임새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타선 변경 가능성은 낮다.
홈런치는 1번 타자가 매력적이지만 장타보다 출루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게 1번 타자 본연의 임무다. 그동안 주춤했던 2번 박한이와 3번 박석민의 방망이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만큼 나바로가 공격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류중일 감독 또한 나바로의 장타 본능 발휘보다 안타 생산에 주력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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