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 ‘유재학 사단’이 만들어지고 있다.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시상식이 14일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됐다. 그야말로 모비스 천하였다. MVP 양동근을 비롯해 유재학 감독이 감독상을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외국선수상을 수상했다. 양동근은 베스트5, 수비5걸, 최우수수비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라틀리프도 베스트5와 수비5걸까지 3관왕에 올랐다. 첫 3연패를 달성한 모비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프로농구 첫 챔프전 3연패를 달성한 유재학 감독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우승을 많이 해서가 아니다. 유 감독은 프로농구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역사를 바꿔 놨다. 너도 나도 유재학 감독처럼 하는 것이 ‘정석’이 됐다.

프로농구 판에서 최장수 유재학 감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문경은 SK 감독은 신세기와 전자랜드 시절 유 감독의 제자였다. 이상민 감독은 현역시절부터 유재학의 대를 잇는 한국농구 포인트가드로 불렸다. 모비스에서 코치를 맡았던 조동현은 KT의 신임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만하면 ‘유재학 사단’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후배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농구철학을 고스란히 전수한다는 점에서 유재학 감독은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과 닮았다. 포포비치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마이크 부덴홀져 감독은 올 시즌 애틀란타를 동부 1위로 이끌었다. 마이크 브라운과 자크 본도 포포비치 밑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를 지냈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샌안토니오의 농구를 다른 팀에 이식해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런 점에서 유재학 감독은 3번의 3연패를 이룬 필 잭슨 감독보다는 포포비치 감독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수제자 양동근도 유재학 감독의 뒤를 따를 기세다.
양동근은 정규시즌 MVP 소감에서 “(유재학) 감독님처럼 멋진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감독님 말 잘 새겨듣고 감독님같은 지도자가 되겠다”고 숨겨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유재학 감독님의 경기 보는 눈을 가장 닮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재학 감독은 “11년을 함께 있다 보니 양동근이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 내 좋은 것을 빼가고 본인의 장점을 살리면 좋은 지도자 될 것이다. 이제 양동근은 나에게 뭘 배우는 선수가 아니라 알아서 끌고 가는 선수가 됐다”며 지도자 자질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유재학 감독의 농구철학은 대를 이어 다른 지도자와 선수들에게까지 전해져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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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