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에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이름을 보이다 갑자기 사라진 '큰 형님'이 있다.
우완 투수 이정훈(38)은 지난해 6월 중순 오른 팔꿈치 내측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2013년 말부터 팔꿈치 통증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14년 전인 2001년 수술을 받은 인대가 이미 오래 전 다시 파열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수술을 결심했다. 그의 나이가 있기에 모두가 말렸으나 '경상도 사나이' 이정훈은 자신의 결심대로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팀에서 결국 보류선수 제외 통보를 받았다. 그는 3월 개막 전 다른 팀에라도 테스트를 보기 위해 재활 속도를 높였다. 병원에서 놀랄 만큼 회복이 빨랐다. 평소 웨이트 등 훈령량이 많은 그의 습관 덕분이었다. 그러나 넥센이 다시 그를 불렀고 이정훈은 현재 팀과 훈련 스케줄을 상의하면서 화성구장에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11일 화성구장에 그를 만나러 갔다. "이정훈 선수 어디 있냐"는 질문을 받은 모든 이가 "아마도 웨이트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항상 남는 시간에는 웨이트실을 떠나지 않는 그의 운동 습관은 화성에서 유명했다. 그는 "재활할 때는 이렇게 근력을 높여놔야 공던지기 시작해도 체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을 나왔을 때도 홀로 체육관과 수영장 두 곳을 다니며 재활 훈련을 했다. 그는 "어차피 재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조금이라도 재활을 빨리 끝내려면 근력을 업그레이드시켜놔야 한다. 재활이 끝났어도 체력이 안받쳐주면 오랜만에 던질 때 금방 다른 곳이 아프다. 지금은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마치고 라이브 피칭을 하고 있다. 라이브 피칭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실전 경기에 등판해 1이닝, 2이닝 정도를 시험하며 구위를 점검할 예정이다. 그는 "나는 내 야구를 해놓을 뿐이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사실 올해는 큰 기대 안한다. 구속도 140km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 구속 좀 올라오고 팀에 도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2013년 56경기에 나와 5승2패 1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으로 팀의 마당쇠 역할을 했다. 그가 다시 마운드를 밟았을 때 바라는 것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다. "내일 모레 40살"의 이정훈은 거창한 기록, 역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야구를 위해 다시 공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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