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한화 '특급 구원' 권혁(32)이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설욕의 투구를 펼쳤다. 권혁은 지난 14일 대전 삼성전에 7회 구원등판,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따내며 한화의 5-3 역전승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친정팀 삼성과 정규시즌 첫 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FA가 된 권혁은 13년을 몸담은 삼성을 떠나 한화에 새둥지를 텄다. 삼성 최강 불펜의 핵심 멤버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최근 2년 사이 팔꿈치 통증에 따른 구위 저하로 설자리를 잃었다. 삼성에서 더 이상 필승조가 될 수 없었던 권혁은 더 많은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한화로 이적했다.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21일 대구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첫 등판을 가졌던 권혁은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이어 한화와 삼성의 정규시즌 첫 대결이 된 이날, 권혁은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위기가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실점 없이 막은 게 중요했다.
이날 권혁은 총 21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가 15개로 정면승부했다. 7회 박석민, 8회 구자욱·김상수를 상대로 직구를 던져 아웃을 잡아냈다. 특히 구자욱을 4개 연속 직구로 삼진 처리한 게 백미였다. 140km대 중반 직구에 슬라이더를 가끔 섞어 던졌다. 하지만 가장 자신 있게 던진 공은 직구 또 직구였다.
경기 후 권혁은 "상대가 삼성이라고 해서 내가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내색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적으로 만났고, 내가 이겨야 살아남는 것이다. 그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함께 뛴 삼성 타자들이라 서로를 잘 알고 있지만, 특별하게 다른 건 없었다. 이미 드러난 것은 누구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직구 위주로 정면승부한 것에 대해 "삼성이 최강 타선을 자랑하지만 구위와 힘으로는 나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포수 (정)범모의 리드도 좋아 자신 있게 정면승부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전성기 때처럼 150km 안팎 강력한 직구는 아니었지만 기백이 실린 권혁의 직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권혁은 "삼성에서 내가 부진했던 건 사실이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고, 지금도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며 "주위에서 자주 등판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만, 다시 야구가 재미있어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투구에 목말라 있던 권혁은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그 이유를 증명했다. 힘대힘으로 정면승부, 그것이 권혁이 표현하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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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