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이 홈런 하나 나와야 하는데".
NC 김경문 감독은 평소 덕아웃에서 표정 변화가 잘 없다. 그런데 지난 10일 마산 SK전에서는 경기 중 웃으며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예 외야수 김성욱(22) 때문이었다. 이날 김성욱은 3회 윤희상을 상대로 초구부터 좌측 폴대 옆을 살짝 빗나가는 파울 홈런을 때렸다. 김 감독은 "성욱이가 초구를 잘 치지 않는데 아깝게 폴대 옆으로 가더라. 저 녀석이 홈런 하나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자신감이 붙을텐데"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감독의 기대는 괜한 게 아니었다. 김성욱은 지난주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8~9일 광주 KIA전에서 연이틀 2안타 멀티히트를 터뜨렸고, 12일 마산 SK전에서도 나성범 대신 교체 출장해 2루타 포함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14일 사직 롯데전에도 2루타를 더해 2안타 1도루를 기록하더니 외야 수비에서도 총알 같은 송구로 2개의 어시스트를 완성했다.

광주 진흥고 출신으로 지난 2012년 3라운드 전체 32순위로 NC에 지명된 김성욱은 일찌감치 팀의 외야를 책임질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큰 활약이 없었지만, LG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깜짝 포함되기도 했다. 투수 출신으로 타고난 강견과 일발 장타력에 빠른 스피드까지 두루 갖췄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가능성을 보인 그는 외야 주전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김경문 감독이 김종호에게 기회를 먼저 주며 시즌 초반은 백업멤버로 시작했지만 '주머니 속 송곳'처럼 잠재력을 펼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9경기 20타수 8안타 타율 4할 3타점 1도루.
김경문 감독은 "김성욱의 장점은 은근히 발이 빨라 베이스러닝이 좋다. 수비도 외야 어디라도 빈자리가 생기면 나갈 수 있다"며 "방망이에 눈을 뜨기 위해선 경기에 계속 나가면 된다. 턱없는 삼진을 먹기도 하지만 펀치력이 있다"고 김성욱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선수를 평가할 때에는 단순히 기량만 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성욱이 김 감독의 눈에 제대로 든 것은 바로 이 부분. 김 감독은 "성욱이는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수비면 수비, 타격이면 타격, 주루면 주루 등 코치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한다. 나쁜 짓도 안 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하니까 우리 코칭스태프들에게 인정받는다"고 칭찬을 거듭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부터 매년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스타로 키워내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 선수 보는 안목과 육성에 일가견 있다. 신생팀 NC에 와서도 2013년 이재학·김종호·나성범·권희동, 2014년 박민우·김진성·원종현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떴다. 2015년에는 김성욱이 '김경문의 남자'로 새롭게 급부상 중이다. 김경문 감독이 찍으면 무조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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