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가 공도 빠르고 컨트롤도 좋다. 큰 약점이 없는 투수로 성장했다.”
적장도 LG 트윈스 우투수 헨리 소사(30)의 기량 향상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소사를 두고 “옛날에는 5이닝 동안 투구수 100개를 던지게 할 전략을 세울 수 있었는데 지난 개막전에서 보니 7이닝 던져도 100개가 안 되더라. 공도 빠르고 컨트롤도 좋다. 큰 약점이 없는 투수로 성장했다”며 감탄했다. 이제는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소사는 진화를 거듭, 완전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2014시즌 넥센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돌아온 소사는 작년 8월 22일 NC전을 시작으로 올해 4월 8일 한화전까지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찍고 있다. 퀄리티스타트 10번 중 6번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점 이하),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2.33, WHIP는 1.12, 경기당 탈삼진 7.62개, 이닝당 투구수 15.1개, 피안타율 2할3푼6리 등 모든 기록이 엄청나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KBO리그 최고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구 내용에서도 소사의 진화는 한 번에 드러난다. 넥센 시절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에 간간히 스플리터를 섞어 던졌었는데, 올해는 스플리터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뿐이 아닌, 필요할 때는 스플리터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기도 한다.
스플리터보다 더 놀라운 것은 패스트볼 구속 조절 능력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140km대 패스트볼로 승부하다가, 위기 상황에선 150km대 파이어볼을 뿌린다. 물론 반대로 갑자기 패스트볼의 구속을 낮춰 상대 타자로부터 타이밍을 빼앗을 줄도 안다. 소사는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서 패스트볼 구속 최고 156km, 최저 139km를 찍은 바 있다. 힘들이지 않고, 완급조절로 타자를 잡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자신감도 부쩍 상승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소사를 두고 “한국무대 4년차를 맞이하며 자신감이 강해졌다. 한국 타자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하더라. 모든 타자들이 자신의 150km대 빠른 공을 의식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오히려 조금 느린 공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쉽게 범타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없었던 완급조절 능력이 생겼다”고 감탄했다.
이대로라면 소사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레다메스 리즈보다 효율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 소사와 같은 도미니카 엘세이보고 출신의 리즈는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LG에서 뛰며 기량이 향상됐다. 처음에는 소사처럼 공만 빠른 투수였지만, 변화구 구사능력이 생기고, 제구력이 좋아지면서 KBO리그 최고 투수가 됐다. 2013시즌 리즈의 WAR은 4.73으로 리그 전체 투수 중 1위다.(KBreport.com 참조) 당해 리즈는 무려 202⅔이닝을 소화했고, 경기당 8.35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그런데 리즈의 경기당 볼넷은 3.91개, 이닝당 투구수는 15.9개였다. 올 시즌 소사는 경기당 볼넷 2.14개, 이닝당 투구수 14.6개를 찍고 있다. 리즈처럼 162km까지 던지지는 못해도, 리즈보다 편하게 마운드를 운용한다. 리즈를 지도했던 LG 차명석 수석코치는 지난해 11월 소사를 영입하면서 “변화구 구사 능력은 소사가 리즈보다 낫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차 코치는 지난해 해설위원을 하며 넥센 염경엽 감독에게 소사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었다. 차 코치는 염 감독에게 소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은 싱커를 고집하자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로 구종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그만큼 LG는 소사의 2년 연속 성공을 확신했고, 소사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한편 소사는 15일 잠실 KIA전에서 양현종과 재대결, 개막전 리벤치 매치에 나선다. 지난달 28일 2015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상대 선발투수 양현종은 6이닝 무실점으로 소사보다 앞섰다. 당시 소사는 개막전에 앞서 KIA에 대해 “한국에 오고 처음 2년 동안 함께 했던 팀이다. 즐거웠고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 경기장 밖에서는 친구들이지만, 경기 안에서는 적이다. LG 트윈스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다”고 다짐한 바 있다. 소사가 양현종을 상대로 개막전 패배를 설욕, LG에 2연승을 선물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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