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준 교수의 특별기고]"빈볼의 구태 벗고 품격을 갖춰야 한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4.15 07: 17

“한화의 빈볼 복수?, 이런 야구 그만 보고 싶다.”
지난 4월 12일 일요일, KBO가 올해부터 야구인기의 확산을 위해서 야심차게 기획한 선데이나잇베이스볼로 야구팬들의 이목을 주목시켰던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빈볼사태가 일어났다. 경기 중에 일어난 자세한 상황묘사는 이미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서 소개되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고, 이 사태가 남긴 몇 가지의 화두(話頭)를 놓고 따져보기로 하자.
이 빈볼사태가 야구 계에 던진 화두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싶다.

첫째, 동업자 정신과 불문율? 이번 사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둘째, 김성근 감독 “내가 지시한 적이 없다?”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다.
셋째, 어정쩡한 심판의 대처와 KBO의 대응? 확실한 재발방지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동업자 정신과 불문율에 대해서 살펴보자.
모든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기본이다. 당연한 진리이며 그래서 서로 피가 나게 싸우더라도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의 승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스포츠의 아름다움이다. 스포츠 현장에서 통용되는 동업자 정신과 불문율이라는 표현은 경기장 내외에서는 반드시 페어플레이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상대를 배려(?)해서 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예의를 지켜 달라는 측면과 좀 봐주면서 하라는 승부 내지는 경기내용의 조작을 요구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의 조작요구이다. 이번에 한화의 빈볼이 잘못인 이유는 경기조작을 안한 롯데 측에 대한 보복이었기 때문이다.
야구경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는 정밀하게 기록이 되고, 그것이 곧 본인의 실적으로 남기 때문에 항상 각본에 관계없이 최선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따라서 팀과 개인의 기록과 관계되는 플레이는 동업자 정신이나 불문율을 논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홈런을 치고 나서 마치 상대를 조롱하는 것처럼 천천히 베이스를 도는 것이나 상대의 사인을 훔치는 등 태도의 문제는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불문율 위반이지만 기록플레이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를 다 기록해야 경기가 끝이 난다.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경기 초반이나 종반을 막론하고 현대야구에서 안전한 점수 권역은 있을 수가 없다.
필자의 경험담이다. LG트윈스 창단 초기에 자매구단인 토론토블루제이스 구단의 추천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14승을 기록한 명투수 출신 마티패튼(Marty Pattin) 코치를 투수 인스트럭터로 영입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필자가 그에게 가장 큰 점수 차의 역전패 경험을 물어보았다.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 9회 말 2아웃 이후에 12점을 주고 역전패한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막판에 큰 점수 차이가 뒤집어진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이므로 잠시도 흐름을 끊지 않고 조그마한 틈새라도 파고들어야 이길 수 있는 법인데 무슨 동업자 정신과 불문율을 기록플레이에서 요구하는가? 진정한 동업자 정신은 선수의 권익이나 구단 간의 형평성 문제 등 KBO가 법칙으로 정해야 할 사안이지 경기 중에 상대방의 기록플레이에 대해서 자비를 구하는 것은 넌센스라 할 수 있다.
둘째, 빈볼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김성근 감독에 관한 문제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을 매우 강력한 카리스마로 장악해서 세밀하게 지휘하는 스타일이다. 경기 중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그의 지시 속에서 발생한다.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의 빈볼사태가 본인의 영역 밖의 일이었다고 인터뷰를 했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시즌 초반에 감독의 지휘권에 심각한 문제가 터진 것이고,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고 믿는 것처럼 직접 지시를 했다면 이 또한 여전한 구태(舊態)의 발로이다. 어떤 경우이던 간에 한화구단에서는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필자는 적당한 수준의 빈볼은 있을 수 있는 경기의 일부라는 야구계 내에서의 인식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위협에 그치고, 상대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면서 우리 팀의 결속력을 다지는 목적에 한하는 극히 제한적인 수준 이내여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빈볼이다.
셋째, 심판과 KBO의 대처에 관한 문제이다.
야구선수들은 투수가 던진 공이 빈볼을 목적으로 했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선수출신인 주심이 그것을 모를 수가 없다. 한 타자에게 두 타석 연속으로 빈볼을 던지도록 방치했다면 올바른 판관의 자세가 아니다. 카운터펀치를 맞고 쓰러진 선수에게 계속 펀치를 가하는 복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KBO 역시 겉으로 나타난 문제로만 적당하게 사후조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꿎은 선수만 피해를 본다면 적절한 스포츠운영기구의 역할이 아니다. 철저히 내용을 파악해서 책임의 경중에 따라 관계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
33살이라는 성인으로 자란 우리의 프로야구, 이제는 그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폭발적인 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구태가 넘실거린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그런 야구는 보고 싶지가 않다.
최종준 가톨릭관동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전 LG트윈스 / SK와이번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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