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성공’ LG 버티는 힘의 원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15 10: 00

선수층이 곧 성패를 가른다. 주전선수를 대체할 백업선수가 많고, 가용자원이 풍부한 팀이 승리한다. 그라운드 위에는 9명만 올라가지만,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에는 30, 40명의 선수가 필요하다. 어느 선수도 144경기 전체를 100% 컨디션으로 소화할 수는 없다. 주전과 백업,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2015시즌 초반 LG 트윈스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류제국 우규민 토종 에이스 원투펀치가 빠지고, 외국인타자 잭 한나한 없이 정규시즌에 임하고 있지만, 추락하지 않는다. 13경기를 치르며 6승 7패, 5할 승률 근처에서 꾸준히 버티고 있다. 팀의 핵심 박용택이 독감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출장하지 못한 것도 극복했다. 차포마상 떼고 치른 장기판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만큼 LG는 겨울 내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한 마음으로 철저하게 2015시즌을 준비했다.  비활동기간에는 모든 선수들이 자율훈련에 나섰고, 부상선수들과 신예선수들은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최경철 등 팀 내 최고참들이 솔선수범, 겨울 내내 잠실구장을 찾자,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따랐다. 지난해 11월 오지환은 “내야진 리더인 정성훈 선배님이 매일 잠실구장에 나오신다. 나도 정성훈 선배님을 따라 함께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스프링캠프서도 이어졌다. LG는 2년 연속 2군 스프링캠프를 진행, 신예 육성과 강한 백업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1군은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2군은 대만 자이, 그리고 재활군은 사이판에 있었다. 선수단을 3개로 나누면서도 각각 연령대를 다양하게 하며 조화를 꾀했다. 2군 캠프에도 베테랑 선수들이 배치됐고, 사이판 캠프에선 류제국 우규민 이범준이 함께 땀을 흘렸다. 맞춤형 전략을 통해 2015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양상문 감독은 플랜B를 계획했다. 겨울 동안 철저히 준비한 것을 바탕으로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류제국와 우규민이 빠진 자리에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 신동훈 유경국 등을 경쟁시켰다. 한나한이 스프링캠프 도중 종아리 통증을 느끼자 정성훈을 3루수로 돌렸고, 2군 캠프에서 양석환이 좋은 평가를 받자 곧바로 양석환을 콜업했다. 교육리그부터 두각을 드러낸 신인 2루수 박지규를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김용의와 문선재를 외야수로 전향시켜 외야진에 젊은 피를 수혈했다. 김선규 김지용 최동환의 성장을 유도, 2014시즌 전원 필승조를 이룬 불펜진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5시즌의 막이 올랐고, 양 감독은 계획했던 플랜B에 시동을 걸었다. 일단 지금까지 플랜B는 순조롭다.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선발진 경쟁에서 승리, 2015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셋 다 수준급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임지섭은 3경기 15⅓이닝 평균자책점 2.93, 임정우도 3경기서 14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14, 장진용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 첫 선발 등판해 5⅓이닝 2실점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의 한 축, 루카스가 예상치 못했던 부진에 빠졌지만, LG 선발진은 소사와 이들 토종 3인방이 중심을 잡고 있다.
3루수로 복귀, 1루와 3루를 모두 소화하고 있는 정성훈은 수비는 물론 타석에서도 괴력을 발휘 중이다. 타율(0.447)과 안타수(21개)에서 리그 전체 1위, 출루율(0.517)에서 리그 2위를 기록,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2년차 3루수 양석환은 첫 선발출장 경기부터 멀티히트에 성공, 1군 무대서 타율 2할9푼2리를 기록 중이다. 박지규는 손주인의 부진을 메운다. 3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8타수 3안타로 타격 재능을 증명했고, 수비서도 어려운 타구를 무리없이 처리했다.
양상문 감독은 양석환과 박지규를 두고 “지규는 사실 캠프 때부터 1군에서 어느 정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석환이는 2군 캠프에 갔었고, 좋다는 보고를 받아서 시범경기 막바지에 올렸다. 수비나 타석에서의 자세가 신인치고는 침착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만족했다.
김용의는 박용택이 결장했을 때 중견수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타석에서도 타율 3할3푼3리로 지난해 부진을 만회, 재도약에 나섰다. 김선규는 7경기서 평균자책점 2.45를 마크, LG 불펜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투수로 올라섰다. 불펜진에 유일한 사이드암 투수로서 지난해보다 구위와 제구력 모두 나아졌다. 지난 10일과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김선규가 버텨줬기에 LG가 역전승에 닿을 수 있었다. 필승조 정찬헌과 윤지웅도 꾸준히 발전 중이다. 봉중근이 주춤했고, 신재웅과 유원상은 100% 컨디션이 아니지만, LG는 김선규 정찬헌 윤지웅을 통해 승리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4월만 잘 넘기면 된다. 류제국이 퓨처스리그 경기 등판을 앞두고 있고, 우규민은 조만간 복귀 일정이 나온다. 한나한도 4월 안으로는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한다. 계획대로 셋 다 5월에 돌아온다면, LG 선수층은 훨씬 두꺼워진다. 플랜B에서 플랜A로 전환, 진격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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