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두로 뛰어 오른 SK의 김용희 감독이 현재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즌 중반까지 잘 버티는 것을 과제로 손꼽았다. 대신 후반에는 버틸 힘이 있다는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SK는 14일 현재 8승4패를 기록해 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전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선두 삼성에 반경기차 뒤진 2위였지만 삼성이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패하는 통에 1위로 올라섰다. kt와의 3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것이 크지만 이는 삼성이나 3위 롯데도 어느 정도 득을 봤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성적이 좋은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을 달 수 없는 것.
김 감독은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넥센전을 앞두고 단독 선두로 등극한 것에 대해 "이 순위가 9월 성적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웃은 뒤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 수많은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14일에도 비슷한 의견을 이야기했던 김 감독은 "7~8월까지 5할 언저리의 승부를 할 수 있다면 된다고 본다"라며 시즌 후반기에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전에 승패차를 많이 벌려두면 금상첨화라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시즌 페이스를 급하게 끌어올리지 않은 SK다. 김 감독은 시즌을 길게 바라보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부상자가 없다면 시즌 후반에는 상대보다 더 체력적으로 좋은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컨디셔닝 파트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선수들의 몸 상태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와 같은 한 시즌 구상과 연관이 있다. 김 감독은 "현재로서는 투타 밸런스가 조금 더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이다. 그 기간을 짧게 하는 것도 선수의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는 이날 넥센 에이스 앤디 밴헤켄을 맞이해 특별히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박재상이 선발 중견수 및 2번으로 들어가고 나주환이 선발 2루수, 정상호가 선발 포수로 출장한다. 김 감독은 "타순이 고정되면 선수들이 자기 할 일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효과가 있다"라면서 "슬럼프가 있으면 타순보다는 선수들을 바꾸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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