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변신’ 유한준, 염경엽 선택 적중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5 21: 37

“그나마 자기 몫을 하고 있는 선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순을 조정했다. 김민성 서건창의 부상으로 힘이 약해진 타선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타순에 손을 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로 3번을 쳤던 유한준을 5번에 투입시킨 것이었다.
박병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타자다. 그러나 혼자서 라인업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 박병호와 같은 타자에게는 5번의 몫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5번 타순이 약하면 상대 마운드로서는 굳이 박병호와 승부를 벌일 필요가 없다. 거르고 5번과 승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집중 견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여기에 박병호가 나간다고 하더라도 5번이 약하면 주자를 불러 들이기가 쉽지 않다. 염 감독의 최근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당초 김민성이 5번으로 시즌을 출발했으나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 염 감독의 선택은 유한준이었다. 유한준은 올 시즌 넥센에서 박병호와 함께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14일까지 12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와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장타율이 6할9푼6리에 이르렀다. 김민성이 빠지고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가 부진한 상황에서 믿고 5번을 맡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나 다름 없었다.
그런 유한준이 벤치의 기대에 부응한 한 판이었다. 유한준은 15일 선발 중견수 및 5번 타자로 나와 0-0으로 맞선 4회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메릴 켈리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자신의 시즌 5호 홈런이다. 켈리의 150㎞짜리 빠른 공이 약간 높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밀어 쳤다. 최근 유한준의 타격감이 얼마나 좋은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홈런이었다.
3-4로 뒤진 8회에도 역전에 한 몫을 거들었다. 1사 후 박병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유한준의 감이 좋은 것을 잘 알고 있는 SK 배터리도 박병호와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박병호가 상대 필승조인 정우람을 이겨냈다. SK 배터리는 유한준을 사실상 걸렀는데 이는 주자가 모이는 패착으로 작용했다. 이래나 저래나 유한준의 힘이 SK 벤치의 선택을 단순하게 한 셈이다.
유한준은 홈런은 5개로 팀 내 1위다. 여기에 외야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는 활용성까지 갖췄다. 이날 이택근이 허리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자 외야수 중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중견수로 나서 좋은 수비력을 선보였다. 6-4로 앞선 8회 선두타자로 나선 박재상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잡아내는 수비적 수훈도 빼놓을 수 없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현재 넥센 타선의 화두는 ‘버티기’다. 부동의 리드오프인 서건창이 약 3개월 정도 뛸 수 없다. 김민성은 곧 돌아오지만 어느 정도 감을 가지고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택근 스나이더와 같이 아직은 타격감이 정상이 아닌 선수들도 더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염 감독은 “자기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한준은 이미 꾸준히 리그에서 활약했던 외야수다. 유한준이 버텨야 넥센도 버티며 중반 이후를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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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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