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관록과 제자의 패기가 만나 승부를 내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FC는 1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김도훈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와 0-0으로 비겼다. 성남(2승 2무 2패, 승점 8점)은 3연승에 실패했다. 인천(4무 2패, 승점 4점)은 또 다시 시즌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김도훈(45) 인천 감독은 현역시절 성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형 스트라이커였다. 2005년 은퇴 한 김 감독은 스승 김학범 감독 밑에서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밟았다. 김학범 감독이 축구인생에서 가장 큰 스승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전 김도훈 감독은 “김학범 감독님에게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한다. 지도자로서 어려울 때 전화를 드리면 항상 조언을 해주신다. 감독이 코치로서 대할 때와 또 다르다”며 웃었다.
스승에서 배운 대로 공격하겠냐고 물으니 김도훈 감독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감독님과 내 전술은 전혀 다르다. 다만 감독님의 수비에서 많이 배웠다. 아직 청출어람이라기에는 멀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학범 감독은 제자가 감독으로 성장해 자신과 맞대결을 한다는 자체가 대견하고 흐뭇한 모양이었다. 김 감독은 “제자라고 해서 다를 거 있나? 똑같지 뭐. 나도 배우는 입장이다. 김도훈 감독도 자기만의 전술로 가는 것이다. 물론 내 전술은 알겠지”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철했다. 제자와 상대한다고 결코 만만하게 대하지 않았다. 스승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 수 접지도 않는다. 두 감독은 90분 내내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며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저조한 경기력의 두 팀은 끝내 골맛을 보지 못했다. 승점 3점을 놓친 두 수장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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