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야수 김상현이 13경기 만에 멀티 홈런을 때려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마치 개막전을 보는 듯 했다.
김상현은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5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2홈런) 1볼넷 4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kt는 12회 혈투 끝에 6-7로 패하며 김상현의 활약도 물거품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코칭스태프의 보직 변경이 있던 날. kt는 상대 투수들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타격 코치 출신의 황병일 퓨처스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이로써 황코치는 메인 타격 코치와 수석코치를 병행하게 됐다. 그리고 김상현은 2009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당시 조범현 감독, 황병일 타격 코치의 지도 속에 36홈런 127타점으로 정규 시즌 MVP를 거머쥔 바 있다.

옛 스승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상현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김상현은 팀이 1-2로 뒤진 1회말 2사 2루서 이현호를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동점 2루타를 날렸다. 이후 2-3으로 뒤진 4회말엔 선두타자로 타석에 서 오현택의 2구째 패스트볼(140km)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두 타석 연속 동점타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kt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이대형의 유격수 땅볼로 역전에 성공했다.
kt의 불펜진을 감안한다면 1점의 리드는 살얼음판 승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김상현의 해결사 본능이 발동했다. kt는 4-3으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 앤디 마르테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상현은 이재우의 슬라이더(132km)를 정확하게 받아쳐 위즈파크 외야 가운데 위치한 펍 건물을 강타하는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그러나 승부의 신은 매정했다. kt는 9회초 마무리 장시환이 2점을 헌납하며 6-6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12회초엔 심재민이 김현수에게 결승 희생플라이를 맞고 6-7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김상현의 활약은 3월 28일 롯데와의 개막전에 이어 다시 빛이 바랬다. 당시에도 김상현은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팀의 역전패로 수훈선수가 되지 못했다.
김상현은 이날 시즌 3·4호포이자 지난 3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13경기 만에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그동안 득점권 타율 1할5푼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김상현이다. 결국 10일 목동 넥센전 이후 5번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출전했다. 이날 다시 5번 타순에 복귀하며 유감없이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팀 패배로 끝내 미소 지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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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