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5시간 연장 혈투에서 얻은 소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4.16 06: 05

두산 베어스가 kt wiz에 2연승을 거뒀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은 값진 1승이었다.
두산은 지난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초 터진 김현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앞세워 7-6으로 승리했다. 임시 선발로 나선 이현호가 2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2볼넷 2실점하고 일찍 물러난 뒤 5명의 투수가 나왔는데, 5명 모두 20개 이상을 던졌다. 특히 이재우(52구)와 윤명준(48구)은 도합 100구를 던졌다.
불펜투수들의 투혼도 빛났지만, 공수에 걸친 김재호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수비에서는 신들린 몸놀림으로 자신에게 온 타구를 부지런히 아웃카운트로 연결했다. 공격에서도 4타수 3안타 2볼넷 2득점으로 알토란같은 몫을 했다. 내야안타 1개 포함 3개의 안타가 모두 우측 코스로 향했을 만큼 욕심 없이 팀을 위한 밀어치기를 계속했고, 12회초 1사에는 우전안타로 출루해 김현수의 희생플라이에 결승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불펜 자원을 많이 소모한 것은 분명 손실이었다. 불펜에서 끌어다 쓴 이현호가 3회를 넘기지 못했고,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가면서 불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다음 경기에도 여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각각 3이닝씩 막은 이재우와 윤명준, 2이닝(38구)을 책임진 김강률, 이틀간 총 56구를 던진 오현택 등은 피로가 쌓였다.
하지만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승리 자체가 소득이다. 두산은 이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는데, 우선 이현호의 롱릴리프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현호는 1회말 볼넷 2개와 희생플라이, 2루타에 2실점했으나 2회말에는 삼진 3개로 삼자범퇴 시켰다. 3회말에도 1사 후 박경수의 좌전안타와 폭투로 주자를 3루에 보냈지만 곧바로 김동명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말에 보여준 모습으로 이현승 복귀 후 5선발이 갖춰져도 2이닝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접전에서 거둔 승리도 의미가 있었다. 두산은 지난 주말 LG와의 잠실 3연전에서 1승 2패를 했는데, 2패 모두 접전 상황에서 역전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kt를 맞아 3-6으로 뒤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연장까지 끌고 갔고, 연장에서도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으며 끝내 승리했다. 9일 잠실 넥센전 유네스키 마야의 노히트노런 당시 1점차 승리 경험이 있지만 1점차 역전승, 연장 1점차 승리는 모두 올해 들어 처음이다.
12이닝 경기를 치르면서 3번의 병살타를 극복하고 역전승한 것도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2-0으로 앞서던 1회초 오재일의 병살타로 인해 초반에 kt의 기세를 완전히 꺾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10회초 정수빈, 11회초 고영민의 병살타는 팀의 승리 가능성에 연달아 물음표를 던졌지만 두산은 굴하지 않고 12회초 찬스를 만들고 끝내 득점했다. kt 마운드의 힘과는 별개로 두산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패배 직전에 주장 오재원의 방망이로 동점타를 만들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오재원은 이번 시리즈 2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14일에는 아예 결장했지만 15일에는 9회초 2사 1, 2루에 대타로 나와 외야 왼쪽으로 흐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려 6-6 동점 만들기에 기여했다. 출전하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을 캡틴이 앞장서 패배 위기에 있던 팀을 구한 것은 팀워크에 큰 도움이 됐다. 오재원의 한 방이 두산을 깨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불펜 필승조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고무적이다. LG전 3경기에서 1이닝 2피홈런 5실점했던 윤명준은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오며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고 부활했다. 시즌 초 연이은 실점에 자신감을 잃을 법했던 함덕주도 12회말 씩씩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채우고 세이브를 거뒀다. 자신의 통산 첫 세이브이기도 했다. 김강률도 흔들리기는 했지만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5시간이 넘는 치열한 경기를 끝내고 나면 진 팀이 겪는 허탈함은 1패 그 이상이다. 반대로 승리한 팀은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피로를 덜 느끼기도 하고 1승 이상의 긍정적인 면들도 찾을 수 있다. 두산은 kt와 12이닝에 걸쳐 합을 겨루며 마운드를 많이 소모했지만, 투수들이 고생한 것 이상으로 팀이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이 손에 넣은 것은 평범한 1승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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