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의 필수 덕목 중 하나는 선수단 장악 능력이다. 최강희(56) 전북 현대 감독의 '밀고 당기는' 리더십이 21경기(16승 5무) 연속 무패의 대기록을 낳았다.
전북은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 경기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지난해 9월 6일 이후 이어오던 무패행진을 21경기로 늘렸다. 18년 만에 쌓은 금자탑이다. K리그 역사상 21경기 연속 불패는 전북에 앞서 단 두 팀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격돌한 부산(1991년)과 전남(1997년)이 유이한 팀이었다. 전북은 21경기 동안 지지 않으면서 31득점 9실점했다. 지난해 무실점 8연승을 달리기도 했던 전북은 올 시즌도 승승장구다. 5승 1무(승점 16)로 2위 울산(승점 12)과 격차를 벌리며 2연패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전북의 대기록 달성엔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남다른 리더십이 있었다. 주전과 백업이 모호한 20여 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적절한 때에 밀고 당겼다. 고른 출전으로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고, 동기부여를 유발했다. 자연스레 더블 스쿼드는 탄탄해졌고, 파죽지세의 원동력이 됐다.
최 감독은 "2011년 이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해온 터라 더블 스쿼드를 꾸려야 한다. 하지만 20명의 선수를 똑같이 집중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은 괜찮은데 못 나가는 선수들이 불만을 갖든지 동기부여가 안되서 훈련을 소홀히 하면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과 미팅을 많이 한다. 5월까지는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한다. 부상을 안 당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도 살인 일정을 보내야 한다. 당장 부산전 이후 채 3일도 지나지 않아 18일 오후 2시 제주를 상대한다. 22일엔 가시와 레이솔 원정길에 올라 조별리그 통과의 중대일전을 벌인다. 이런 일정에서 탈이 나지 않고 꾸준한 내용과 결과를 얻기 위해선 더블 스쿼드가 필수적이다.
최 감독은 "더블 스쿼드가 외부에서 보면 좋을 수 있지만 위험한 면도 있다. 선수들의 불평, 불만을 이해시키고 적절히 나눠 뛰게 하면서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면서 "(이)동국이나 (김)남일이 같은 중심 선수들이 분위기를 형성하면 이적해온 선수들도 팀에 잘 녹아들고, 불평, 불만보다는 팀에 애정을 갖고 희생하게 된다.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깨지지 않아 버티고 갈 수 있다. 전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인 K리그서 전북이 지지 않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전북은 지난 12일 돌풍의 팀인 광주FC를 만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당시 최 감독은 이동국과 레오나르도를 선발로 내보낸 뒤 후반 들어 에두와 에닝요를 투입했다. 최보경, 문상윤, 김동찬 등에게도 기회를 줬다. 수장의 기대에 보답했다. 선발로 낙점한 레오나르도가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리며 3-2 승리를 선사했다. 최 감독은 부산전서는 반대로 에두와 에닝요를 선발 출격시킨 뒤 후반 들어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역시 적중했다. 이동국과 레오나르도가 0-1로 뒤지던 후반 막판 연달아 골네트를 가르며 드라마 같은 승리를 합작했다. 최 감독의 '밀고 당기는' 리더십과 그를 한결같이 따라오는 선수들의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최 감독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 8연승을 하면서 무실점했고, 수원에 역전승으로 9연승했다. 조직력이나 팀 완성도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남일이가 떠나고 (신)형민이와 (이)승기가 입대를 해서 미드필드가 휑해졌다. 올해는 선수들이 많이 바뀌어서 지금은 아직 그런 조직력이 올라오지 않았다"면서도 "올 시즌 초반 상승세는 선수들의 기량도 있지만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잘 버티다 보면 경기를 치르면서 분명히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 6월이 될지 7월이 될지 모르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팀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얼마나 더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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