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본즈’ 테임즈, 10년 만 외국인 홈런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6 06: 06

배리 본즈는 전성기 시절 투수들이 가장 꺼려하는 타자였다. 고의사구가 속출했다. 주자를 모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차라리 본즈는 거르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었다. 실제 통계는 그 계산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그런 위압감을 가진 타자가 KBO 리그에도 등장했다. 에릭 테임즈(29, NC)다. 10년 만의 외국인 홈런왕 탄생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테임즈는 올 시즌 초반 KBO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타자다. 15일까지 13경기에서 타율 4할9리, 7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모두 리그 선두다. 장타율은 딱 10할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534로 리그 2위인 최정(SK, 1.172)과 꽤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125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 37홈런, 121타점의 MVP급 활약을 선보이며 재계약에 성공한 테임즈가 올해 더 강해져서 돌아온 모양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출루율이다. 테임즈는 18개의 안타를 쳤다. 그리고 12개의 볼넷을 골랐다. 출루율은 5할3푼4리에 이른다. 반면 삼진은 6개로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테임즈는 58개의 볼넷을 고르는 동안 99개의 삼진을 당했다. 중장거리 타자다보니 당연한 수치였다. 그렇다면 테임즈의 선구안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달라진 것은 그를 사실상 거르는 비율이다.

고의사구는 2개밖에(?) 되지 않지만 투수들은 테임즈와 까다롭게 승부하고 있다. 워낙 감이 좋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의 정면승부는 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바깥쪽 일변도 승부를 하다보니 테임즈가 욕심 내지 않고 볼넷을 고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투는 놓치지 않는다. 첫 13경기에서 벌써 7개의 홈런을 쳤다. 지금 페이스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지난해 이상의 성적은 기대할 만하다.
그렇다면 외국인 홈런왕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KBO 리그 역사상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1998년의 우즈(당시 OB, 42개), 2005년의 서튼(당시 현대, 35개) 뿐이다. 서튼 이후로는 외국인 타자들의 강력한 파워에 토종 거포들이 선전하며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대호 심정수 김상현 최형우 박병호가 홈런 선두를 지킨 토종의 자존심들이었다.
테임즈의 경우는 앞선 두 차례 사례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우즈와 서튼은 KBO 리그 데뷔 첫 해 홈런왕에 올랐다. 그리고 두 번째 시즌부터는 홈런 수치가 조금 떨어졌다. 2005년 35개의 홈런을 친 서튼은 이듬해 18개의 홈런에 그쳤다. 우즈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계속 30홈런 이상을 쳤지만 40홈런을 넘어선 적은 없다. 기량 저하도 있겠지만 상대팀들의 견제가 이어진 것도 한 몫을 거들었다. 오랜 기간 꾸준한 홈런포를 발사한 우즈는 대단한 경우였다.
테임즈의 경우도 그런 집중견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테임즈와 대담한 정면승부를 벌일 투수는 리그에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지금 성적은 언젠가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시즌 초반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테임즈의 적응력이 상대투수들의 견제를 이겨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거포라기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로 인식됐지만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증명한 테임즈다. 외국인 홈런왕이 탄생할지, 토종들이 다시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도 흥미를 모으는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