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3루’ 피하고 싶은 넥센의 플랜C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6 06: 04

“플랜A보다는 플랜C가 더 가까이 있죠”
최근 부상자 속출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염경엽 감독은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았다. 바로 박병호 3루 이동으로 대변되는 팀 내야의 세 번째 계획이다. 세 번째라는 점에서 ‘최선’과 ‘차선’보다 훨씬 위험요소가 많은 계획임은 분명하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그런 시나리오가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초반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진용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타선에 여기저기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을 앞두고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어느 정도 대비가 된 일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한 뒤 주전 3루수인 김민성, 그리고 부동의 리드오프인 서건창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민성이야 조만간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릎 부상을 당한 서건창은 3개월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열흘에서 15일 정도 부상이라면 대체 자원으로 버텨볼 수 있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3개월은 말이 다르다. 이에 넥센도 꺼내들기 싫었던 다음 구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민성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2루를 맡긴다는 심산이다. 김하성이 유격수로, 윤석민이 3루에 위치한다. 서동욱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대기하며 적절한 시기에 투입될 수 있다. 서건창이 돌아올 때까지는 최선의 라인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전력 이탈이 생기면 넥센은 또 한 번 구상을 다시 고쳐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하나라도 더 문제가 생기면 박병호 3루 기용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부상 선수가 생기거나, 지독한 타격 슬럼프를 겪는 선수가 생긴다면 감독으로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상은 가장 조심해야 할 단어다. 문제는 3개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3루 수비를 틈틈이 소화했다. 비교적 무난하게 잘 해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상시를 대비한 연습이었다. 지금도 박병호의 3루 기용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다. 생소한 포지션에 갑자기 기용한다는 것은 선수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 결국 넥센으로서는 김민성 윤석민 김하성이 자기 자리에서 잘 버텨주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김하성과 유격수 경쟁을 했던 윤석민은 김민성의 부상과 함께 3루를 꿰찼다. 현재까지는 공·수 양면에서 넥센 벤치를 만족시킬 만한 활약이다. 김민성은 2루에서 자신의 가치 증명을 노린다. 염경엽 감독은 항상 “김민성이 자신의 최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포지션은 2루다. 서건창이 있기에 그럴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 지난해 2루 포지션에서 김민성만한 타격 성적을 낸 선수는 별로 없었다.
신진급 기수인 김하성은 최근 리드오프로 기용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염 감독은 김하성에게 최대한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들이 박병호의 3루 기용이라는 플랜C를 폐기처분시킬 수 있을까. 서건창이 없는 3개월, 넥센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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