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일침, “KBL 이사회, 감독의견 반영된 적 없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4.16 07: 01

“현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결정은 소통부재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잦은 제도변경으로 현장과 불통(不通)한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KBL의 의사결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한 한국농구발전포럼이 15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됐다. ‘외국인 선수 제도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완태 LG 단장과 박종천 하나외환 감독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어 김동광 해설위원, 김태환 해설위원, 유재학 모비스 감독,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포럼이 열린 계기는 KBL이 다음 시즌부터 갑작스럽게 외국선수 2인 동시출전을 재도입했기 때문이었다. KBL은 다음 시즌부터 2개 쿼터에 한해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코트에 서도록 했다. 아울러 한 명의 선수는 맨발로 193cm이하의 신장으로 뽑도록 했다. 올해 트라이아웃 참여요강에 이미 신장에 대한 기준이 명시돼 있다.
새로운 외국선수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김영기 총재가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수용한 것은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KBL 이사회였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다면 이사회에서 부결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식으로 통과됐다. 또 이 과정에서 KBL 이사회는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과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 ‘제도가 이렇게 바뀌었으니 다음부터 이렇게 해라’는 식의 일방통행에 현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밀실에서 소수가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팀은 모기업 사정에 따라 단장이 자주 바뀐다. 이들을 해외처럼 스포츠에 특화된 전문 경영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단장들이 프로농구 흥행이나 한국농구 발전 등 거시적 목표보다 당장 자기 팀의 이익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재학 감독은 “KBL에서 제일 오래한 감독이다. 원년부터 지금까지 감독자회의를 무수히 했다. ‘이제 뭐 하러 모이냐?’고 한다. 우리의 의견이 반영된 적이 없다. 이사회에 감독들 의견이 올라가느냐고 물었다. 올라가지만 KBL의 모든 결정은 이사회가 한다. 총재님도 아니고 사무총장도 아니다. KBL 이사회에서 한다. 현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결정은 소통부재”라고 꼬집었다.
유재학 감독의 의견이 프로농구 지도자들 전체의 의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프로농구 원년부터 지도자생활을 했던 유 감독의 발언은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한 유 감독이기에 발언이 더 의미심장하다.
유 감독은 “각 단장이 구단 소속인데 구단 이기주의가 발생한다. 외국선수제도를 자유계약으로 했다가 다시 드래프트로 했다. 몇몇 술이 좋으신 단장님들이 모여서 했다고 들었다. 한국농구가 잘 나갈 것을 막았다”고 일침을 놨다. 유재학 감독은 농담조로 ‘난 5년 재계약을 했으니 말씀을 드린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만큼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유재학 감독은 구단 소속이 아닌 사외이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단장들 사이에도 ‘파’가 존재한다. 6명의 표만 얻으면 어떤 굵직한 사안이라도 무조건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런 폐해를 막고, 객관적인 눈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 KBL 내부에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재학 감독은 “사외이사가 꼭 필요하다. 야구는 이사회 회의내용을 대중에 모두 공개한다. KBL도 공개할 의향은 없는지 궁금하다. 농구계 리더들의 생각을 다같이 공유해서 결정해야 한다. 회의실 안에서 몇 분이 낸 결정이 한국농구를 이끌어왔다. 농구인기가 떨어진다는 소리가 나오면 감독들은 할 말이 없다. 농구흥행이 떨어진 것은 다른 곳에 있다. 그런 것부터 쇄신이 된 후에 나머지 다른 것들이 진행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유재학 감독만의 의견은 아니다. KBL 경기이사를 지냈던 김동광 해설위원은 “단장들이 감독과 이사회 회의내용을 자주 이야기하지 않는다. 소통부재다. 단장과 잦은 대화로 소통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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