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에는 누구나 힘이 넘친다. 그러나 시즌이 흘러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위험도도 더 커진다. 김용희 SK 감독이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하지만 12%를 잡으면 타 팀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즌 중·후반을 보낼 수 있다. 그 12%를 잡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SK 선수들은 경기 전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파트에서 준비한 특별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소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타격·수비 훈련과 병행하는 이른바 ‘나머지 훈련’들이다. 주로 신체 밸런스, 순발력, 스피드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로 짜여 있다. 선수들은 타격 훈련을 잠시 쉴 때, 수비 훈련에서 타격 훈련으로 전환할 때 남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이 훈련을 하고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이 컨디셔닝파트의 지시에 따라 기구들과 싸운다.
물론 다른 팀들 또한 경기를 앞두고 비슷한 훈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SK도 지난해 이런 훈련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확충이 됐고 코칭스태프에서 생각하는 중요성이 커졌다. 프로그램은 10가지에 이른다. 매일 이것을 다할 수는 없고 돌아가면서 기구들을 활용한다. 보통 야구선수들이 기술적인 훈련 외에 하는 것은 러닝이 전부인데 SK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칫 부족해질 수 있는 부분을 채워 넣는 셈이다.

SK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색다른 시도를 하며 선수들의 지루한 부분을 덜어주기 위해 안간힘이다. 보통 이런 훈련은 타격이나 수비 훈련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고 때문에 쉽게 지나치거나 지루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분명 신체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결정적으로 부상 방지에 밀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선수들도 컨디셔닝파트의 지시에 따라 이 훈련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김용진 트레이닝코치는 “밸런스 등 여러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각 시기별로 프로그램은 달라진다. 시즌 전체 일정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박창민 컨디셔닝코치가 많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라고 효과를 설명했다. 야구 선수들의 경우는 햄스트링 등에 부상이 많은 편인데 이런 밸런스와 순발력 운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용희 감독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김 감독은 “야구 선수들의 경우 주로 뛰는 것만 가지고 해결을 하려고 한다. 플레이의 90% 이상이 일방적으로 앞쪽으로 뛰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니 근육 자체가 한쪽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농구나 복싱의 경우는 백스텝을 많이 밟는다. 이런 선수들은 햄스트링 부상이 별로 없다. 우리도 신경을 많이 쓰고 이런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희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팀의 사활을 쥐고 있는 부분이라 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의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5할 정도의 성적만 유지하면 후반기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려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의 페이스를 적절하게 관리한 것도 시즌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약간의 부상에도 철저히 선수를 보호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김 감독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준다고 하더라도 시즌 초반에 비해 시즌 막판 체력은 13% 정도 떨어진다. 컨디션 관리를 잘못하면 최대 25%까지 떨어진다”라고 설명한 뒤 “결국 시즌 후반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체력 저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면 12%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팀 관리에 따라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의 지론이 시즌 막판 SK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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