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의 ‘시몬’은 과연 등장할 수 있을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4.16 08: 33

과연 프로농구에도 ‘시몬’같은 선수가 등장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프로배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이는 외국인 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28)이었다. 시몬이 활약한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의 8연패를 저지하며 왕좌를 획득했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OK저축은행의 가장 큰 우승원동력은 ‘세계최고선수’ 시몬의 가세였다.
너무 시몬에게 의존한 경기에 ‘몰빵 배구’라는 비난도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시몬은 외국인 선수가 얼마나 전력평준화와 흥행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세계최고 수준인 시몬의 플레이는 분명 배구팬들에게 큰 재미를 줬다.

프로농구도 흥행을 위해 기존 외국선수 트라이아웃제도를 자유계약제도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KBL은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외국선수들을 드래프트를 통해 뽑고 있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스포츠조선이 주최한 한국농구발전포럼이 15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됐다. 김동광 해설위원, 김태환 해설위원, 유재학 모비스 감독,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농구가 배구한테 열세인 것은 자유계약이 안 되기 때문이다. 레오와 시몬이 수준 높은 경기를 하면 시청률이 1% 가깝게 나온다. 농구는 0.3%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국선수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구단 간에 경제력의 차이가 있지만 자유계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01년 삼성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던 김동광 해설위원도 현행 트라이아웃제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트라이아웃에서는 자기가 뽑고 싶은 선수를 못 뽑는다. 주먹구구식이다. 안 맞는 선수를 데려와 성적을 내야한다. 차라리 자유계약으로 가자. 유럽에도 미국선수가 2명씩 있다. 다 자유계약”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프로농구 챔피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의견이 관심을 끌었다. 유 감독은 외국선수를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자유계약제로 바꿔 수준 높은 선수를 데려오자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계약제도에 찬성한다. 1명 보유, 1명 출전을 원한다. 40분을 다 소화하면 부상과 체력문제 생긴다. 3쿼터만 못 뛰게 하는 식으로 조절을 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KBL도 과거 자유계약으로 외국선수를 뽑던 시절이 있었다. 루 로, 피크 마이클 등 스페인리그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한국에 왔다. 분명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을 보는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뒷돈의혹’이 불거졌다. 부자구단이 연봉제한 규정을 어기고 비싼 선수를 데려와 전력불균형이 생긴다는 것.
유 감독은 ‘어차피 한국에 오는 선수가 마이클 조던이겠느냐’며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연봉과 리그제한을 풀더라도 어차피 세계최고급 선수는 한국에 오지 않는다. 비싼 선수를 데려와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감독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는 논리다.  
유재학 감독은 “농구는 NBA출신을 데려와도 (시몬처럼) 그렇게 될 수 없다. 프로농구 감독을 오래 했지만 NBA출신이 와서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드래프트제도는 원하는 선수가 아닌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실력은 떨어지는데 돈을 똑같이 주면 다른 한 명이 불만이 생긴다. 비싼 선수를 데려와 성적을 내지 못한 책임은 감독이 지면 된다. 그것이 경쟁이고 프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감독은 “자유계약제가 점점 안정화 될 때 다시 트라이아웃 제도로 뒤집었다. 몇몇 술이 좋으신 단장님들이 모여서 했다고 들었다. 한국농구가 잘 나갈 것을 막았다”면서 재차 자유계약제 재도입을 주장했다.
물론 자유계약제도도 부작용이 있다. 외국선수 영입경쟁이 과열될 경우 지나친 출혈이 될 수 있다. 자칫 ‘외국선수만 잘 뽑으면 우승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상대적으로 국내선수에 대한 투자가 인색해질 수 있다. 2군도 운영하지 않는 구단이 스타 외국선수 영입에만 공을 들일 수 있다.
WKBL의 경우 과거 타미카 캐칭, 로렌 잭슨 등 세계최고선수들을 영입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답은 국내선수였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여자농구에서 외국선수가 없어졌다 다시 생겨 3시즌을 했다. 큰 취지는 캐칭 등에게 외화낭비를 많이 해 부담이 있었다. 뒷돈거래 방지차원이었다. WNBA최고의 선수와 해봤고 지금 2만 5천불 선수들과도 해봤다. 결국은 외국선수 위주로 플레이 한다. 국내선수가 기술적으로 올라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외국선수에 신경 쓰느라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KBL은 외국선수제도를 손질하면서 193cm이하의 기술자들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 연봉에 쓸만한 선수를 구하기 어렵다’는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뽑더라도 테크니션보다 단신 빅맨을 뽑겠다는 지도자들이 대다수다. 새로 가세할 외국선수가 농구흥행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뛰어 평균득점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과연 팬들이 원하는 재밌는 농구가 될지도 의문이다. 되려 국내선수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외국선수 제도 변경은 다음 시즌 또 다른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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