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벤츠 BMW 포르쉐…한국타이어, 슈퍼카도 넘본다
OSEN 최은주 기자
발행 2015.04.16 08: 58

한국타이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013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포르쉐에도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이번 ‘마칸’을 계기로 ‘박스터’ ‘카레라’ 등의 모델로도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2020년까지 벤틀리 같은 명차 브랜드를 넘어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에도 자사 제품을 탑재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14일 한국타이어는 충남 금산군 제원면의 금산공장에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초대했다. 포르쉐의 SUV 스포츠카 '마칸(Macan)'에 '벤투스 S1 에보2 SUV (Ventus S1 evo2SUV)'를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게 된 비결을 공개하기 위해서다.
▲ 포르쉐의 선택

먼저, 타이어 제조 공정을 살펴보기 전에 포르쉐의 장벽을 뚫은 ‘벤투스 S1 에보2 SUV’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봤다. 총 길이 1.2km의 ‘G’trac wet’ 시험장은 시종일관 노면에 물이 뿌려지고 있었고, 굽이굽이 이어진 와인딩 구간 가장 안쪽에는 빙판길 시험이 가능한 구간도 있었다. 기자들은 한국타이어의 전문 드라이버들이 모는 ‘마칸 디젤’과 ‘벤투스 S1 에보2’를 장착한 BMW ‘525i’에 몸을 실었다.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 중에서 굳이 젖은 노면에서 시승체험을 한 이유는 따로 있다. 포르쉐를 비롯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의 타이어 시험은 젖은 노면을 통과해야 그 다음 단계인 마른 노면 시험 등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벤투스 S1 에보2 SUV’ 18인치를 장착한 ‘마칸 디젤’ 모델의 운전대를 잡은 양정호 시험3팀 한국타이어 차장은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의 비중은 같으나 젖은 노면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전체 판매 중 85%는 해외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 측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글로벌 타이어 기업’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타이어는 유럽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유럽이 자동차와 타이어 시장을 주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한국타이어의 가장 큰 시장으로 해외 판매 중 35% 가량을 차지하며 유럽 시장의 물량은 헝가리 공장이 담당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타이어 자체의 성능도 깐깐하게 따져보지만 생산과 판매 네트워크도 갖췄는지 직접 시찰을 할 정도로 중요하게 보고 있다.
▲ 타이어의 탄생
이날 찾은 금산공장은 제 1공장~4공장으로 운영되며 기자들은 3공장에서 재단을 거쳐 성형, 가류, 검사공정까지 마치고, 출고 대기 중인 타이어들을 만나봤다. 3공장은 총 280명의 4개조가 3교대로 근무하며 1개조는 70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하루 1만 9500본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재단공정에서는 정련공정을 마친 고무 원료를 말 그대로 치수에 맞도록 재거나 자르는 ‘재단’하는 단계다. 일정한 규격에 맞춰 재단돼 원단처럼 넓고 길게 펴진 고무를 서로 달라붙지 않게 천을 덧대 롤케이크 같은 형태로 말아 보관, 이동한다.
고무의 이동은 대부분 무인운반장치인 ‘LGV(Laser Guided Vehicle)’와 자동화 레일을 통해 이뤄진다. 3공장은 금산공장 중에서도 자동화가 잘 돼 있는 곳으로, LGV는 충전이 필요하면 알아서 충전기를 찾는다. 충전 시간은 5분~10분이 소요된다. 공장 근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바닥에는 LGV의 동선이 노란 선으로 그려져 있으며 근처에 사람이 접근하면 LGV는 가던 길을 멈춰 선다.
재단공정을 거친 ‘롤’형태의 고무는 성형공정에서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어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한 작업공간에는 두 개의 성형기가 양쪽에서 동시에 돌아가는데, 왼쪽은 타이어의 트레드 부분이, 오른쪽에서는 사이드월 부분이 제작된다. 벨트 형태에서 원형의 타이어 형태를 갖게 된 고무들은 별도의 접착제 없이 고무 자체의 접착력으로 붙게 된다. 이 부분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성형단계를 거친 반제품을 ‘그린타이어’라고 부르며 여기서 ‘그린’은 ‘풋’사과의 ‘풋’과 같은 ‘미성숙한’ ‘미완성의’라는 뜻을 갖는다.
이후 가류공정을 마치고 나서야 그린타이어는 완제품으로 거듭난다. 가류공정은 쉽게 말해 빵 반죽을 오븐에 구워 온전한 빵의 형태를 갖는 단계로 보면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이어는 굽는게 아니라 찐다는 것. 약 170~180도의 압력으로 찌는 동안 물렁한 고무의 성질이 단단한 타이어로 바뀌게 된다. 몰드에서 타이어를 찌는데 걸리는 시간은 PUR(승용차용)이 10~15분, PUB(트럭용)이 50분 정도다.
완연한 형태를 갖췄다고 해서 제품이 바로 출고가 될 수는 없는 법.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을 받아야 물류로 출고가 된다. 검사공정은 1차적으로 사람의 손을 먼저 거친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검사관이 육안으로 파손 등을 검사한 후 기계를 통해 외부 크기나 짜임새의 균일성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이물질 여부를 판단하는 엑스레이(X-Ray)까지 통과해야 출고 대기 전 모든 단계가 끝이 난다. 이후 타이어들은 구분을 위해 타이어에 표시된 색상 등에 따라 자동화보관시스템에 의해 출고를 기다리게 된다.
이날 시승으로 만나본 런플랫(Run flat) 타이어는 반제품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인 고무를 겹치는 드럼의 모양이 달라 금산공장에서는 생산되고 있지 않다. 런플랫 타이어는 유럽의 헝가리 공장과 한국의 대전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준공 중인 한국타이어 제 8공장인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도 런플랫 타이어가 나올 예정이다.
▲ 런플랫 타이어 시승
공장을 둘러보며 타이어 제작 과정과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유럽 업체 공급에 반드시 필요한 런플랫 타이어를  체험해봤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런플랫 타이어는 ‘플랫(Flat)’으로 타이어가 펑크난 상태에서도 약 80km/h의 속도로 최대 80km를 달릴 수 있는 타이어를 가리킨다. 런플랫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최소 0.5~2배 가량 가격이 높지만 펑크가 나도 주행이 가능하며 고속에서 펑크 발생 시 사고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어 유럽 업체들 중심으로 적용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의 신차 런플랫 타이어 적용 비율은 무려 70%에 달한다.
런플랫 타이어 시승은 한국타이어가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을 공급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로 진행됐으며 타이어의 내부 공기압이 들어간 상태와 완전히 빠진 상태의 차량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멀쩡한 타이어는 ‘E-클래스’의 정숙함과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내부 공기압 제로(Zero Pressure)상태에서는 ‘런플랫’ 타이어의 성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운이 좋게도(?) 공기압을 뺀 오른쪽 뒷바퀴와 가장 가까운 오른쪽 뒷좌석에 앉게 됐고, 주행을 시작하자 정상 대비 약간의 소음과 진동이 엉덩이와 다리에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타이어가 비정상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E-클래스’는 80km/h 내외의 속도를 내며 직선 코스와 코너링을 거뜬히 해내고 있었다.
정효준 한국타이어 런플랫 개발 담당 차장에 따르면 3세대 런플랫 타이어인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은 1세대 대비 승차감과 연비가 개선되고 중량이 10% 감소됐으며 회전저항도 15% 향상됐다. 정 차장은 3세대 런플랫 타이어 개발로 한국타이어 내에서 비교적 빠른 진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fj@osen.co.kr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 SUV’가 장착된 ‘마칸’, 금산공장 내부, 내부 공기압 제로 상태의 런플랫 타이어./한국타이어(첫 번째와 두 번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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