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잘할 때가 됐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박민규(삼성)는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르는 등 인고의 과정을 거치며 더욱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9년 2차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박민규는 삼성의 좌완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아쉽게도 그의 성장세는 더뎠다. 1군 무대에 18차례 등판해 승리없이 2패를 떠안았다. 평균 자책점은 5.68.

박민규는 경찰청에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복귀했으나 부상에 시달리는 바람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박민규는 16일부터 라이브 피칭에 돌입할 예정. 그만큼 실전 출격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다"는 박민규는 "이젠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군복무도 마쳤고 이젠 잘할 때가 됐다"고 스파이크 끈을 조여맸다.
그는 김상수(삼성), 오지환(LG), 안치홍(경찰청), 정수빈(두산) 등 친구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복귀를 향한 투지를 불태웠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활약을 부러워하다가 내가 해야 할 부분까지 못할 수가 있다. 내가 잘 하는 수 밖에 없다".
입단 당시 그의 몸무게는 73kg. 야구 선수치고는 왜소한 몸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량 향상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젠 다르다. 박민규의 현재 몸무게는 83kg. 이른바 삼적화 효과다. 그만큼 힘이 좋아졌다. 박민규는 "아직 스피드를 측정해보지 않았지만 공을 던져보니 확실히 다르다.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성준 BB아크 투수 코치 또한 "지난해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순조로운 재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입대 전보다 체중이 늘어난 게 고무적이다. 괌 재활군 캠프 때 지켜보니 투구 밸런스와 스윙 궤적이 참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장점이 참 많은 선수"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에 박민규는 "코치님께서 항상 '안 아픈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기술적인 조언은 자주 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하체 중심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고 대답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박민규도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생각. "(복귀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모든 게 과정과 단계가 있지 않은가. 확실하게 만들어서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삼성은 좌완 자원이 풍부하다. 박민규가 1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쳐야 한다. 그는 "예전과 달리 좌완 투수들이 많아져 내부 경쟁이 심해졌다. 부상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그 경쟁에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몸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정말 보여줄 시기다. 마냥 스무 살이 아니다. 항상 나를 위해 헌신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규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언젠가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궁금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재활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이한일, 윤성철 트레이너님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두 분께서 항상 잘 챙겨주셨다. 재활 과정을 거쳐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배들이 인터뷰를 통해 트레이너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마다 부러웠다. 나 역시 기회가 된다면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한일이형과 윤성철 트레이너님과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부상 선수들이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께서 트레이너님들의 헌신과 노고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박민규는 "이젠 잘할 때가 됐다. 최근 몇년간 부상 때문에 제대로 못했는데 정말 후회없이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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