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 순항에 한 차례 제동이 걸린 정우람(30, SK)에 대해 김용희 SK 감독이 자신의 탓이라고 깨끗하게 인정했다. 정우람은 한 경기 승패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앞으로도 같은 임무를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1군에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SK 필승조의 핵심인 정우람은 15일 인천 넥센전에서 첫 좌절을 맛봤다. 4-3으로 앞선 8회에 등판했으나 1사 후 박병호에게 2루타, 유한준 박헌도에게 볼넷을 내줬고 결국 윤석민에게 주자 일소 2루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던 정우람의 첫 고비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다. 김 감독은 16일 인천 넥센전을 앞두고 당시 상황을 짚으면서 "주자를 보내고(유한준을 사실상 거른 것을 의미) 박헌도와 승부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라면서 "결국 감독 때문에 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넥센 타선이 전체적으로 좌완 투수 상대 타율이 좋다. 하지만 정우람은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고 땅볼유도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경기 결과에 흔들릴 정우람의 입지는 아니라고 굵은 선을 그었다. 정우람은 당시 1사 후에는 계속 우타자를 상대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9회에 왼쪽 타자가 줄줄이 나온다고 해서 넥센이 손승락을 투입시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우람도 셋업맨으로서 8회 1이닝 정도를 소화할 것이다. 오른쪽, 왼쪽은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드러냈다. 한 경기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말 것도 당부했다.
한편 전날 7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졌으나 승리를 따내지 못한 선발투수 메릴 켈리에 대해서는 "경기가 그대로 끝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다"라면서 "지금 나타나는 것으로 보면 가장 좋게 나온다.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며 호평했다. 이날 선발로 나설 트래비스 밴와트에 대해서는 "작년에 워낙 잘했던 부분이 있다. 평균적으로만 해도 늦지 않는다. 오래가야 할 투수다. 초반에 나빴던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면서 "속은 들여다보지 못하지만 사람이니까 지난해 성적에 도취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초반에 안 좋은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투수 엔트리 운영에 대해서는 당분간 변경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SK는 15일 여건욱과 이재영이 2군에 합류하며 첫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1군에서도 (롱릴리프) 박종훈이 (일정상)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고 중간계투 요원들도 잘 하고 있다. 당장 바꾸겠다는 생각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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