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투' 채병룡, "궂은 일이라고 생각 안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6 21: 40

SK 마운드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보직이지만 이날은 그 누구보다도 찬란하게 빛난 영웅이었다. 팀의 위기 상황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혼신의 역투를 선보인 채병룡(33)이 소감과 올 시즌 각오를 드러냈다.
SK는 1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0-0으로 이겼다. 전날 4-3으로 앞서고 있던 8회 역전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곱씹었던 SK는 이날 투·타가 고르게 활약하며 패배를 설욕하고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러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바로 1회였다. 2사 1루에서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가 박병호의 타구에 오른발 복사뼈를 맞으며 병원으로 후송된 것이다. 그 때 텅빈 SK 불펜의 영웅이 등장했다. 채병룡이었다.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최고의 역투였다. 2회부터 7회까지 단 한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밴와트의 부상에 움찔하던 SK는 채병룡의 든든한 호투를 등에 업고 다시 힘을 냈고 결국 10-0, 1피안타 영봉승을 합작할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이날 최고의 수훈갑은 채병룡이었다.

경기 후 채병룡은 "투수가 던지다 보면 잘 던지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오늘은 퍼펙트를 의식하기 보다는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해서 던진 것이 주효했다"라면서 "특히 제구에 집중하여 볼넷을 줄이고자 신경을 썼고, (정)상호가 리드를 잘해워서 사인대로만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쉬운 보직은 아니다. 필승조의 경우는 경기 상황에 따라 등판 시점을 가늠할 수 있지만 채병룡을 비롯한 롱릴리프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선발이 무너지면 급하게 몸을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는 경기에서 집중력이 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날과 같은 비상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체력소모는 더 커진다.
그럼에도 채병룡은 '궂은 일'이라는 시각에 고개를 저었다. 채병룡은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경기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 같은 경우도 있지만 몸을 푸는 데 부담은 없었다.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궂은 일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 야구를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즐기면서 하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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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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