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의 외국인 좌완투수 앤디 시스코(32)를 바라보는 조범현 감독의 마음이 복잡하다. 지난해 보여줬던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17⅔이닝을 던진 시스코는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7.6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일 수원 두산전에서도 선발로 나섰으나 2⅓이닝 3피안타 5볼넷에 몸에 맞는 볼 하나를 포함해 3실점했다.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으나 첫 승은 또 다음으로 미뤄졌다.
크리스 옥스프링이 1승 1패, 평균자책점 3.18으로 잘 해주고 있지만, 필 어윈이 손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고 시스코는 심한 부진을 겪고 있어 조범현 감독의 근심도 크다. 조 감독은 16일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치르기로 했던 두산전이 취소된 뒤 “시스코는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활용이 안 되고 있다”며 걱정거리를 이야기했다.

“외국인 선수는 날씨에 따라 예민해지는 점도 있다”며 추운 날씨로 인한 악영향을 언급하기도 한 조 감독은 “시스코는 스크라이크를 던질 때, 볼을 던져야 할 때를 알고 던지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타자와의 수 싸움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부분은 제구다. 소화한 이닝(17⅔) 수보다 탈삼진(18개) 수가 많음에도 고전하는 것은 볼넷(13개)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지난해에는 제구가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구위도 퓨처스리그 타자들은 치기 힘들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월등한 키(208cm)에서 나오는 공이 퓨처스리그에서는 통했다. 시스코는 지난해 6월 팀과 계약한 뒤 퓨처스리그에서 3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3으로 준수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사람이 매년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인데 심리적으로 쫓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나가서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도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지만, 시스코에 대한 조 감독의 걱정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시스코를 믿을 수밖에 없다. 조 감독은 “경기 준비나 자기관리를 잘 하고 성격도 좋다.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외국인 선수는 거친 면도 있어야 한다. 너무 순하면 안 된다”고 시스코를 두둔하기도 했다.
옥스프링을 제외하면 kt에는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없다. 어윈마저 전열을 이탈한 가운데 시스코가 달라지지 않으면 꼴찌탈출의 길은 더더욱 멀어진다. 언제쯤 시스코가 조 감독을 웃게 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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