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으로도 일본 최고 마무리 대열에 오른 오승환(33, 한신)이 포크볼까지 장착한다? 이론적으로는 대단히 공포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 일인데 그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구종 다변화를 위해 노력한 오승환의 비장의 무기가 이제 타자들을 정조준한다. 타자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오승환은 16일 일본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5-4로 앞선 9회 마무리를 위해 등판, 1이닝을 3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마치고 시즌 5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50에서 1.29까지 떨어졌다. 완벽한 피칭으로 거둔 성과라 더 기분이 좋을 법한 세이브였다.
오승환이 삼진 세 개로 1이닝을 정리하는 것은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타자 리카르도 나니타를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다카하시와 오시마를 역시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다카하시와 오시마를 삼진으로 잡은 구종은 빠른 공이나 슬라이더가 아닌 130㎞ 초반에 형성된 포크볼이었다. 두 타자는 모두 왼손 타자였다는 점에서 향후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다카하시를 상대할 때는 133㎞ 포크볼로 이미 한 차례 헛스윙을 유도한 상황에서 마지막 결정구로 다시 131㎞ 포크볼을 썼다. 방망이가 나가는 것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체크스윙이 된 이후였다. 오시마는 2S 상황에서 과감히 포크볼을 써 헛스윙을 유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본 빠른 공과 슬라이더에 투심패스트볼, 포크볼 등을 연마했던 오승환이었다. 지난해 오승환은 투피치 이외의 공은 거의 구사하지 않았지만 상대의 집중견제가 이뤄질 것을 대비해 틈틈이 새 구종 연마에 공을 들인 것이다.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구종이 전면으로 등장한 적은 많지 않지만 이날 포크볼이 위력을 발휘하며 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승환은 한국에 있을 때도 다른 구종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으로도 충분히 1이닝을 막아낼 수 있는 오승환이다. 굳이 긴박한 상황에 모험을 시도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가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오승환이 포크볼이라는 묵직한 해답을 내놓은 셈이다. 배트가 밀릴 정도로 힘이 있는 빠른 공,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 그리고 종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의 조합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포크볼이 ‘주무기’로 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승환의 주무기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라는 점에서 포크볼의 구사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적절히 섞어 던질 수 있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 궤적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 구종을 모두 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프로야구 팀들의 전력 분석 손길이 바빠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오승환이 끝판대장의 업그레이드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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