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예상보다 일찍 고비를 맞이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마운드 불안까지 어느 하나 쉽게 풀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복귀 절차를 밟고 있는 김민성(27)이 난세의 영웅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넥센은 16일 현재 5승9패(승률 .357)에 그치며 리그 9위에 처져 있다. 신생팀이라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떨어지는 kt를 제외하면 사실상 리그 최하위다. 아직 전체 일정의 10% 남짓인 14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이상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마운드의 불안을 화끈한 장타로 가려줬던 타선의 부진은 지난해와 견줘 가장 도드라지는 문제다.
실제 16일 현재 넥센의 팀 타율은 2할5푼7리로 리그 9위다. 리그 평균(.264)에 비해 떨어진다. 홈런은 적잖이 터지고 있지만 장타율은 4할1푼5리로 리그 평균(.411)을 간신히 웃도는 7위 성적이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팀 타선의 약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지만 그 폭이 크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역시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크다.

부동의 리드오프였던 서건창이 무릎 부상으로 약 3개월 정도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팀 득점의 물꼬를 텄던 서건창의 몫은 현 시점 넥센에서 누구도 오롯이 대체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MVP급 활약을 펼쳤던 서건창 강정호 모두가 빠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선의 짜임새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어려움을 시인하고 있다. 플랜B를 가동하며 버텨보려 하지만 이 역시 위태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기서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김민성이다. 넥센의 핵심타자 중 하나인 김민성은 지난 4일 목동 SK전에서 귀루를 하다 발목을 다쳐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근차근 복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주중 SK와의 3연전에는 가벼운 팀 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15일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민성을 주말 광주 3연전에 불러 훈련을 시켜보겠다.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의 영웅 등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만약 훈련 도중 큰 문제가 없으면 대타나 대수비로 1군에 복귀한 뒤 상태에 따라 천천히 비중을 늘려갈 수 있다. 시즌을 팀의 주전 3루수로 시작했던 김민성은 복귀 후 서건창의 빈자리인 2루로 들어갈 전망이다. 넥센 입단 이후 2루보다는 3루를 봤던 시간이 더 길었지만 2루를 못 보던 선수는 아니었던 만큼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로부터 박병호-김민성-김하성-윤석민의 내야 라인업이 완성된다. 염 감독의 플랜B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타격에서 걸리는 기대가 크다. 염 감독은 최근 넥센의 타순을 조정했다. 3번을 치던 유한준을 5번으로 이동시켰다. 개막 5번으로 출장했던 김민성의 부상 이후 부동의 4번 타자인 박병호 뒤의 해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민성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타격감이 좋은 편인 유한준을 다시 3번으로 원대복귀시킬 수 있어 클린업트리오가 구축된다. 박병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김민성 개인으로서도 중요한 기회다. 염 감독은 지난해부터 “김민성의 가치를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포지션은 2루다. 2루에서는 김민성만큼의 타격 성적을 내는 선수가 별로 없다”라고 했다. 김민성은 지난해 116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 12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좋은 타격 성적을 냈다. 2루까지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음이 증명된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팀의 시선은 이제 광주에서 보여줄 김민성의 훈련 성과로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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