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10년 대계’ 한현희, 성장통 이겨내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7 05: 58

“30대 초반의 선수였다면 그냥 불펜으로 뛰게 놔뒀을 것이다. 하지만 한현희는 아직 젊다.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갈 수 있는 미래다”
염경엽 감독은 15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한현희의 시즌 초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해 넥센은 물론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 요원 중 하나로 자리했던 한현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로 전환했다. 물론 초반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염 감독은 한현희의 선발 전환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단순히 올 시즌 성적뿐만 아니라, 넥센의 10년을 내다본 장기적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잘 던지고 있는 불펜투수를 선발로 전향시키는 것은 큰 도박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의 지론은 확실하다. 한 번쯤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된 한현희에게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넥센이라는 팀의 미래를 내다봤을 때 한현희가 반드시 선발로 안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염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지 않으려면 확실한 선발 세 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가 두 명을 생각하면 무조건 국내 투수 한 명은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셈”이라며 토종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팀들을 언급했다. 이에 비해 넥센은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염 감독이 토종 선발 키우기에 올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성과물이 없다. 한현희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반 행보는 불안하다. 4경기에 선발로 나가 1승2패 평균자책점 7.11에 그치고 있다. 19이닝에서 무려 14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력이 흔들리는 기미가 보인다. 16일 인천 SK전에서는 3이닝 동안 볼넷 5개를 허용하며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10일 목동 kt전에서 7이닝1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기대를 모았으나 16일 경기에서는 다시 나쁜 버릇이 나왔다. 위기 상황에 몰리자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SK 타자들은 이에 좀처럼 속지 않았다.
염 감독도 싸우는 법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한현희의 선발 전향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못을 박고 있다. 4월 안에 3·4선발이 안정화되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은 염 감독이 한현희를 여전히 키플레이어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인내를 가지고 하나의 선발투수를 만들어가겠다는 심산이다.
혹독한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 불펜에서 뛰던 것과 선발로 뛰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전력투구를 할 수 있는 불펜 환경과는 달리 선발은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더 많은 상황과도 맞부딪힌다. 그러나 매번 주위에서 도와줄 수는 없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한현희의 재능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한현희의 좌충우돌 선발 정착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넥센은 당장의 반격은 물론 미래도 도모할 수 있다. 넥센, 그리고 한현희는 지금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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