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에서 강하다고 꼭 해결사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낮은 것보다 좋은 것이 팀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확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재원(27, SK)은 팀 내에서 가장 알토란과 같은 몫을 하고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득점권 타율이 전체 1위다. 타격에서 한 단계 성장한 근거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올 시즌 SK의 6번 타순에서 꾸준히 주자를 불러들이고 있는 이재원은 16일 현재 14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 2홈런, 1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6위, 타점은 리그 5위의 성적이다. 팀에서는 모두 1위다. 주축 선수들이 부침을 겪었거나 지금도 슬럼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재원의 방망이는 꾸준하다. 올 시즌 14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딱 한 번이다. 3일 목동 넥센전 이후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득점권에서의 집중력도 예민해졌다. 이재원은 올 시즌 무려 5할8푼8리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 중이다. 2위 에릭 테임즈(NC, 0.526)에 앞선 리그 1위다. 물론 득점권 타율은 상황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맹점이 있을 수는 있다. 100% 해결사 지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1회 득점권 상황에서의 타율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뜯어봐도 이재원의 성적은 좋다. 동점일 때의 득점권 타율은 타율 10할(2타수 2안타)에 희생플라이 타점 하나, 3점 이하 리드 상황에서는 6할, 3점 이하 열세 상황에서는 6할6푼7리다. 7회 이후 득점권 상황에서는 5할7푼1리다. 빡빡한 승부에서도 강했다는 것이 통계에서 모두 드러나고 있다. 좌우를 가리지도 않는다. 왼손(.500), 오른손(.600), 옆구리(.600) 상대 득점권 타율에서 모두 5할이 넘는다. 순도가 높았다고 잠정 결론 내릴 수 있는 셈이다.
타격에는 애당초 인정을 받고 있었던 이재원이다. 그러나 규정타석은 채운 것은 지난해가 유일했다. 사실상 올해가 ‘2년차’라고도 볼 수 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는 예상했던 일이다. 이재원의 약점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원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고 있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많이 나가 다른 유형의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올해는 보완할 것”이라는 이재원의 다짐은 현실화되고 있다.
노력과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재원은 1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회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상대 선발은 사이드암인 한현희였다. 여기서 이재원은 한현희의 초구를 받아쳐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기선을 제압하는 안타이자 이날의 결승타였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초구부터 적극적인 공략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배짱, 확실한 노림수,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만한 타격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재원은 경기 후 “지난번 한현희와의 상대에서 빠른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상대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봤고 노리고 있던 빠른 공이 들어왔다”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분석과 그에 대한 고민, 그리고 결단력이 귀중한 안타를 만들어낸 셈이다. 공 보고 공을 치는 것에 가까웠던 지난해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런 성장 속에 이재원은 올해 자신의 최고 타점 기록을 노리고 있다. 이재원의 한 시즌 최고 타점은 지난해 기록했던 83타점이다. 현재의 페이스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아직 130경기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타점을 노려볼 만하다. 이재원도 “구체적인 목표는 세우지는 않지만 100타점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후반기 사실상의 ‘2년차 적응기’를 거쳤던 이재원이 한 번 더 허물을 벗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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