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쳐주는 것은 분명하다.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탈삼진 본능을 발휘 중이다. 선발 등판시 불안함보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 트윈스 2년차 좌투수 임지섭(20)이 이번에도 승리를 가져왔다. 임지섭은 지난 16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는 실패했으나, LG는 7회말 최경철과 이병규(7번)의 홈런으로 10-5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LG는 임지섭이 최근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런데 LG는 올 시즌 임지섭 선발 등판 바로 전 경기에선 모두 패했다. 2015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8일 광주 KIA전을 비롯해, 지난 3일 잠실 삼성전, 9일 대전 한화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임지섭은 3월 29일 광주 KIA전에서만 2⅓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되고 LG도 패했을 뿐, 이후 3경기에선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특히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노히트로 시즌 첫 승에 성공했고, 10일 잠실 두산전에선 6이닝 2실점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임지섭이 LG의 연패 막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험이 적은 신예투수 입장에선 전날 경기에서 패한 다음날 선발 등판하는 것은 부담된다. 그러나 임지섭은 부담감을 투쟁심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삼성전 7이닝 노히트 승을 거둔 후 “어제 팀이 졌기 때문에 오늘은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전력으로 투구했다”며 연패 막이 역할에 앞장섰음을 밝혔다. 덧붙여 임지섭은 당시 디펜딩 챔피언 삼성을 꺾은 것에 대해 “강한 팀을 상대로 이긴 만큼, 내게 큰 자신감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임지섭은 삼성전을 기점으로 한 단계 올라선 투구를 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변화구 구사력이다. 임지섭은 횡으로 크게 변하는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포크볼도 검지와 중지의 사이를 좁혀 반포크볼로 구사, 스트라이크를 만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10일 임지섭을 상대한 후 “불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것을 보고 많이 향상됐다고 느꼈다”며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력은 안 좋은 투수들은 보통 불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보다는 직구를 던진다. 그런데 임지섭은 변화구를 구사하더라. 이런 부분이 좋아진 것 같다”고 임지섭이 발전한 부분을 평가한 바 있다.
현재 임지섭은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각도 큰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까지 세 구종 모두를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다. 가령 패스트볼의 로케이션이 마음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슬라이더나 포크볼을 활용한다. 세 구종이 모두 컨트롤되는 순간에는 거의 무적이다. 예측해도 치기 힘든 구위를 지닌 만큼, 손쉽게 상대 타자를 삼진 처리한다.
그러면서 임지섭은 리그 전체 탈삼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탈삼진 22개로 이 부문 리그 전체 5위, 9이닝 기준 탈삼진 9.58개로 역시 5위에 자리 중이다.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서 탈삼진을 1개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최근 3경기 탈삼진 페이스가 엄청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탈삼진만큼이나 많은 사사구를 허용한다. 임지섭은 올 시즌 볼넷 18개를 범하며 리그 전체 볼넷 부문 최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당 볼넷 허용도 7.84개로 리그 최다다.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이 나오곤 한다. 작년보다는 월등히 나아졌지만, 임지섭이 완전체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양상문 감독은 “지섭이의 제구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다. 점점 그 간격을 좁히게 하려고 한다”며 “투수의 성장은 산을 오르는 것과는 다르다. 꾸준히 향상되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것을 경험하다가 어느 순간 확 올라간다. 사실 지섭이는 경기마다 기복이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최악으로 나빠지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경기가 아예 안 되는 수준까지는 안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임지섭에게 올 시즌은 공부하는 해다. 지난해 5월부터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만든 새 투구폼을 완전히 몸에 맞추고, 선발투수로서 자신 만의 루틴을 하나씩 찾아간다. 1군 타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위기 대처능력도 키운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완성형에 다가간다. 이렇게 경험이 쌓일수록, 임지섭의 연패를 막는 능력과 탈삼진 능력은 무섭게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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