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병규(7번)가 폭발했다. 특유의 스윙으로 잠실구장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를 작렬, LG 트윈스의 10-5 대승을 이끌었다. 14경기 동안 쌓인 갈증을 해소시킨 한 방이 터진 것이다.
사실 이전 타석에서 감이 오는 듯했다. 이병규는 6회말 심동섭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심동섭의 140km 중반대 몸쪽 패스트볼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인코스를 완벽하게 찌른 패스트볼에 홈런성 타구를 날리며 폭발을 예고했다. 결국 이병규는 심동섭을 상대로 볼넷으로 출루, 만루찬스를 만들었다.
이병규의 감은 7회말 다섯 번째 타석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문경찬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꽉차는 패스트볼을 구사했는데, 이 공을 잠실구장 좌측 담장 너머로 밀어버렸다. 다소 타이밍이 뒤에 있는 듯 보일 수 있는데, 사실은 모든 것이 이병규가 가장 좋았을 때의 그림이었다. 스윙 궤적과 타구의 방향과 성질, 그리고 히팅포인트까지 이병규의 타격 그 자체였다.

이병규 또한 경기가 끝난 후 “심동섭 선수와 승부하는 과정에서 내 스타일의 타격이 되는 구나 싶었다. 몸쪽 공에 큰 타구가 나온 순간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며 “내 히팅포인트는 뒤에 있다. 그동안 직선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갔는데 그게 잘 맞은 게 아니었다.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홈런이 됐어야 하는 타구들이었다. 홈런이 내 히팅포인트에서 제대로 맞으며 나왔다. ‘바로 이거였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홈런 순간을 회상했다.
이병규 타격의 비밀은 엄청난 힘과 군더더기 없는 스윙, 그리고 히팅포인트에 있다. 먼저 이병규는 굉장한 파워를 자랑하면서도 가볍고 깔끔한 스윙을 한다. 롯데 손아섭 조차 이병규의 스윙에 대해 “흠잡을 데가 없는 스윙이다. 타자라면 누구든 병규 형의 스윙을 부러워하고 갖고 싶어할 것이다. 힘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스윙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스트라이크존 양 끝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레벨스윙이다.
선수들은 자신 만의 히팅포인트가 더해지면서 선구안과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능력이 완성된다. 앞서 말한 대로 이병규는 히팅포인트를 뒤에 두고 있다. 마치 포수 미트에서 공을 꺼내서 치는 듯하다. 상대적으로 투수의 공을 볼 여유를 길게 가져가면서도,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만든다. 이병규의 통산 타율은 2할9푼. 통산 출루율은 4할1푼인데, 타율 대비 출루율이 높은 원인 또한 히팅포인트에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5월 사령탑이 된 후 “병규는 충분히 삼성 최형우와 같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타자라고 생각한다”며 이병규를 4번 타순에 고정시켰다. 최형우 또한 스트라이크존 바깥에 꽉찬 공을 배트를 던지듯 밀어서 홈런으로 만드는 스킬을 지니고 있다. 커리어는 최형우가 앞서지만, 타격 기술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게 양 감독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병규는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에 성공, LG가 그토록 찾았던 4번 타자가 됐다.
양 감독이 2015시즌 스프링캠프에 앞서 가장 먼저 확정지은 타순도 4번이었다. 양 감독은 “올 시즌은 물론, 향후 몇 년 동안에도 우리 팀 4번 타자는 병규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2014시즌 활약을 발판으로 이병규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 강하게 믿었다.
이병규는 순조롭게 2015시즌을 준비하다가 개막전을 앞두고 목에 담이 왔다. 순식간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이병규는 개인 타율 1할대를 맴돌았다. 그러면서 LG는 올 시즌 클린업 타율 2할1푼7리로 최하위에 있다.
하지만 이병규가 ‘빅뱅 모드’로 돌아온 만큼,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 3번 타자 박용택과 5번 타자 이진영은 이미 3할이 보장된 타자다. 이들을 걱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1번 타자 오지환은 주춤한 가운데서도 출루율 3할8푼2리를 찍고 있고, 2번 타자 정성훈은 리그 전체 타율 1위(0.423) 안타 1위(22개) 출루율 2위(0.500)으로 MVP 모드다. 부활한 이병규로 인해 LG 중심타선 부진에 마침표가 찍히고, 대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상문 감독 역시 16일 경기서 승리한 후 “오늘 경기를 이겨서 기쁘지만, 7번 이병규의 살아남 타격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며 이병규의 활약을 크게 반겼다. 이병규는 17일부터 열리는 SK와 원정 3연전에 대해 “문학구장에 가는데 또 넘겨 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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