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특급 외국인타자 브렛 필(31)이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전했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외야수나 2루수로 나서겠다며 효자 외국인선수다운 모습을 비췄다.
필은 올 시즌 타율 3할2푼8리 4홈런 16타점 OPS 0.964로 맹활약 중이다. 출장한 14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안타를 터뜨리며 KIA 타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바깥쪽 공을 여유 있게 밀어치면서 타구 방향을 넓게 퍼뜨리는 중이다.
필은 지난 15일 잠실 LG전에서도 소사의 바깥쪽 슬라이더에 순간적으로 대응하며 적시타를 터뜨렸다. 현재 타점 부문 리그 5위에 자리.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필이 지난해와 달리 모든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100타점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2014시즌 필은 외국인투수가 선발 등판하는 경기에선 선발 출장하지 못하곤 했었다. 리그 규정상 한 경기에 외국인선수는 2명 밖에 뛸 수 없기 때문에 마무리투수 어센시오가 등판하는 것을 감안해 필은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필은 1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올 시즌 꾸준히 타점을 올리는 비결에 대해 “타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멘탈인 것 같다. 항상 타점을 올리는 상황을 머릿속에 넣어둔다.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비결이다”면서 “지난해 한국에서 뛰면서 한국 투수들에 대한 대응법도 생겼다. 밀어치는 연습도 따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은 타석 뿐이 아닌,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생으로 통한다. KIA 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선수들을 봤지만, 필 같은 외국인선수는 처음이다. 항상 차분하고 공손하면서도 열심히 한다”며 “지난해 외국인투수가 선발 등판할 때면 벤치를 지켰는데 단 한 번도 아쉬움을 표한 적이 없다. 와이프, 그리고 예쁜 아이들과 광주에서 함께 살고 있는데 광주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더라. 우리에겐 복덩이 그 자체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김기태 감독 또한 필을 두고 “필과는 꾸준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족 이야기도 하고, 광주 생활이 어떤지도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시범경기에서 필을 두 타석만 소화하게하고 교체하니까 필이 당황해하면서 더 뛰고 싶다고 하더라. 필에게 부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컨디션 관리 측면에서 교체하는 거라고 설득시켰었다. 그 정도로 필은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다. 필이 스틴슨과 험버가 적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필을 칭찬했다.
필도 김기태 감독과 동료들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필은 “김기태 감독님이 오시면서 올해 우리 팀은 완전히 달라졌다. 팀 전체가 긍정적으로 변했고 에너지도 넘친다. 감독님은 실수해도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신다. 모두가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덧붙여 가장 친한 동료로 강한울을 꼽으면서 “올해로 여기서 2년째다. 많은 선수들이 내게 다가와 영어도 해주고 도움도 주는데 강한울이 특히 그렀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농담도 주고받는다”고 웃었다.
현재 KIA 타선은 100% 전력이 아니다. 외야수 신종길이 돌아오면, 보다 강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최희섭을 1루수로 기용하고 필을 2루수나 외야수로 놓으면 지명타자 자리에 여유를 둘 수도 있다. 가령 이범호에게 체력 안배가 필요한 상황이면, 최희섭을 1루수로 출장시키고, 이범호를 지명타자로 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은 1루수가 아닌 외야수나 2루수로 뛰는 것과 관련해 “매일은 아니지만 예전에도 외야수를 많이 봤었다. 하지만 외야와 2루수 중 편한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2루다. 더블플레이 만드는 것이나 땅볼 처리가 쉽지는 않지만 할 만하다”면서 “외야수를 할 때는 공을 놓친 적이 몇 번 있었다. 2루수는 그 정도는 아니다. 몇 년 전일이기는 하지만 한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2루수로 출장했던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필은 2011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 프레스노에서 뛸 때 2루수로 57경기를 소화했다. 2006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마이너리그 8년 동안 1루수로 744경기, 2루수로 57경기, 3루수로 9경기, 좌익수로 4경기를 뛰었다. 2011시즌부터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는데, 메이저리그에선 3시즌 동안 1루수로 51경기, 좌익수로 15경기, 3루수로 1경기 출장한 바 있다.
필은 만일 팀이 공격력 극대화를 선택, 자신을 2루수나 외야수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 “팀이 원하면 외야수와 2루수 모두 할 수 있다. 이미 올 시즌 외야수로 뛰기도 했다. 외야수든 2루수든 팀을 위해서라면 나갈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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