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다. 크게 연관은 없을 것 같다”
경기 전 양상문 LG 감독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불편함 하나를 이야기했다. 다른 구장 같았으면 넘어갈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힌다는 것이었다. 이는 타자들의 타격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재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경기장이 작은 문학구장으로 왔으니 홈런포가 더 터질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취재진의 의견에는 “크게 연관은 없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양 감독의 생각은 LG로서는 ‘기분 좋게’ 빗나갔다.
LG는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솔로홈런 4방을 터뜨린 타선이 모처럼 장타력을 과시하며 6-1로 이겼다. 선발 루카스의 6⅔이닝 1실점 호투도 있었지만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포를 터뜨리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타선의 힘도 돋보인 경기였다. 솔로홈런을 4개나 적립한 LG는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조금씩 깨며 결국 시즌 첫 5할 승률에 오를 수 있었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15경기에서 22개씩의 홈런을 친 삼성과 롯데에 비하면 수치의 차이는 확 눈에 들어온다. 물론 장거리 거포가 많지 않은 LG 타선의 구성도 원인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역시 홈 경기장인 잠실의 벽도 무시할 수 없다. 잠실구장은 좌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홈런이 나오기 가장 어려운 구장 중 하나다. 잘 맞은 타구도 펜스 앞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투수들은 득을 볼 수 있지만 타자들로서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팀의 흐름으로나, 선수 개인 기록으로나 그렇다. 실제 잠실 홈런왕은 1995년 김상호(OB), 1998년 우즈(OB) 뿐이고 LG에서는 아직 한 명도 없다. 그런데 그런 LG의 홈런포가 잠실을 벗어나자 폭발했다. 솔로포만 4개를 터뜨렸다.
시작은 4회 박용택이었다. 윤희상의 빠른 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을 기록했다. 좌익수 박재상이 마지막까지 잡아보기 위해 달려들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타구였다. 5회에는 양석환 오지환이 각각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양석환의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좌측 담장을 넘겼고 오지환의 홈런은 역시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6회에는 박용택이 다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쳤다.
잠실구장이었다면 넘어가지 않을 타구도 적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LG의 타선이 잠실을 홈으로 사용함에 따라 장타력 측면에서 다소간 손해를 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LG가 한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뽑아낸 것은 지난해 7월 23일 광주 KIA전 이후 268일 만이었다. 홈런포로 기분 좋게 타격감을 끌어올린 LG는 18일 경기에서 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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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