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사이드암 불펜투수 김성배(34)는 위기에 강하다. 현재 9경기에 출전, 6이닝을 소화하며 3홀드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에 가려진 김성배의 진가는 바로 '위기에 강한 투수'라는 점이다.
불펜투수가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일까. 그들은 입을 모아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이면 견제를 하면서 공을 던져야 하고, 먼저 마운드를 내려 간 동료들의 자책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혼신의 힘을 다하게 된다. 불펜투수들은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면 피로도가 2배는 늘어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김성배의 기록을 살펴보자. 롯데 구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김성배가 올해 물려받은 주자는 모두 15명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만루 등판이 3번이나 됐는데 3번 모두 아웃카운트를 잡고 위기를 탈출했다. 15명의 물려받은 주자 가운데 단 2명의 득점만 허용해 동료들에게도 떳떳한 불펜투수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성배의 피로도가 더 높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올해 9번의 등판 중 주자가 있을 때 7경기, 주자가 없을 때 2경기였다. 그리고 주자가 있었던 7경기 중 득점권 상황은 모두 5번이나 됐다. 그리고 5번의 득점권 등판 모두 무실점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김성배가 올해 기록한 자책점 4점은 앞선 이닝 위기를 넘긴 뒤 그 다음 이닝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왔을 때 나온 것이었다.
작년 김성배는 시즌 중반까지 셋업맨으로 롯데 뒷문을 지켰지만 연투 그리고 팔에 통증이 오면서 부진을 겪었다. 팀 주축 불펜투수로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를 지켰지만 통증은 심해졌고 성적은 더 나빠졌다. 결국 김성배는 2군에서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명예회복과 팀 성적을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은 김성배는 묵묵히 불펜을 지키고 있다. 김성배는 "주자가 있을 때 자주 올라가니까 솔직히 힘들긴 하지만 그게 내 임무니 어쩔 수없다"며 매일마다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 현재까지 리그에서 가장 위급한 상황을 많이 맞이했던 투수가 바로 김성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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