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공인구는 지금에 비해 ‘덜 날아가는’ 공이 될까.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통일시켜주길 바라고 있다. 극단적인 타고투저 양상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7일 2015 KBO 리그 공인구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에서 각 구단이 쓰는 경기 사용구를 불시 수거해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 용품 시험소에 적합성을 의뢰했다. 그 결과 에이치앤디의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 외는 위법 사항이 적발되지 않았다. KBO는 앞으로도 수시검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네 개 업체에서 KBO 공인구를 만들고 있고 회사마다 제품은 반발계수, 크기, 무게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제조공정에서의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스카이라인의 제품은 반발계수가 0.4156~0.4172를 기록한 반면 아이엘비의 제품은 0.4324~0.4365로 측정됐다. 반발계수가 높을수록 공은 더 멀리 날아가기 마련이다. 무게에 따라서도 비거리는 차이가 난다.

미세한 차이지만 가볍게 볼 수 없다. 반발계수가 0.001이 상승하면 비거리는 20㎝ 정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에 따라 같은 힘을 줘도 비거리가 2m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면 넘어가지 않아야 할 타구가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현장 지도자들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6년부터 도입될 통일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 팀 사령탑들의 거의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국제대회에도 많이 참여한 양상문 LG 감독은 타구의 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엄청나게 빨라졌다”라면서 반발계수를 짚었다. 물론 타자들의 노력, 체형의 변화, 그리고 방망이를 만드는 기술의 진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공인구의 반발계수도 한 몫을 거든다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쓰는 공인구와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실제 KBO 리그의 공인구 반발계수는 메이저리그(MLB)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감독은 “홈런이 안 될 타구가 홈런이 된다. 홈런뿐만 아니라 내야수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빠른 타구가 나온다”라면서 “통일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기준치 아래쪽으로 맞추면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스트라이크존의 경우는 민감한 부분이 커 대전제가 서야 하지만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있으면 또 다른 논의를 통해 반발계수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반발계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은 불가피하다. 너무 반발계수를 낮추면 또 득점이 나지 않아 경기가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통일구를 도입한 일본은 ‘날지 않는 공’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반발계수를 조정하기도 했다. 시청률에 민감한 MLB의 경우도 투고타저의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 반발계수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그 기준점을 설정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사정을 다 둘러봐야 해 명확한 결정이 쉽지 않다.
KBO도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게 공식적인 이야기다. 공인구 제조사의 한 관계자 역시 “반발계수를 낮추는 것도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고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쳐 표준화된 공정을 만들어야 한다. 반발계수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단시간에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공인구 통일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서서히 시작할 때가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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