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탈출’ LG 루카스, 시범경기는 끝났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18 10: 10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30)이 마침내 반등했다. 올 시즌 네 번째 선발 등판에서 가장 뛰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선발승에 성공, LG의 2연승과 5할 승률(시즌 전적 8승 8패)을 이끌었다.
루카스의 지난 3경기는 실망스러웠다. 빼어난 구위를 갖고 있음에도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져 볼넷을 남발하거나, 연속으로 안타를 맞으면서 멘탈이 붕괴됐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민감하게 대응했고, 상대 타자가 타석에서 물러나자 괜히 화를 냈다. 자신의 뛰어난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국에 온 외국인투수가 시범경기를 치르는 것 같았다.
루카스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15일 불펜피칭에서 공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던졌다. 불펜피칭 후 강상수 투수코치는 루카스에게 “실점하지 않는 투수는 없다. 너무 잘하려다 보니까 부담을 느끼는 것 같은데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자”고 이야기했다. 양상문 감독은 취재진에 “루카스가 메카닉을 조금씩 수정해가고 있다. 하지만 크게 바꾸는 상황은 아니다. 강 코치가 오늘 루카스 투구의 느낌이 좋다고 하더라”며 루카스를 향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실제로 루카스는 지난 17일 문학 SK전서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투구수 116개 중 81개가 패스트볼 계열로 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였다. 포심·투심·컷까지 세 종류의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루카스는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다. 무브먼트가 심한 패스트볼을 통해 상대 타자의 배트를 유도하면서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늘려간다. 제구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스트라이크존 하단에만 패스트볼을 넣으면 계획대로 마운드를 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루카스는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변화구에 의존하곤 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31일 잠실 롯데전서 75.4%에 달했던 패스트볼 비율이, 4월 5일 잠실 삼성전에선 61.3%, 4월 11일 잠실 두산전에선 65.5%였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구위도 뛰어나지만,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며 볼넷이 많아졌다. 실제로 첫 3경기에선 피안타(11개)보다 사사구(15개)가 더 많았다.     
하지만 17일 문학 SK전에선 안타 8개를 맞으면서도 사사구는 3개였다. 허무하게 주자를 출루시키는 것을 줄이며 1실점,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6회말 나주환을 상대하는 과정에선 구심을 향해 자신의 성급한 판단을 사과하기도 했다. 바깥쪽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다고 판단, 마운드에서 내려가려 했지만, 구심이 볼을 선언하자 곧바로 마운드로 복귀했다. 그러면서 구심을 향해 모자를 벗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전까지는 루카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루카스는 쾌활한 성격이지만, 승부욕도 강하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휴스턴 시절을 돌아보며 “휴스턴 선수들은 패배의식 같은 게 있었다. 이기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루카스는 2012시즌 휴스턴에서 32경기 193⅔이닝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휴스턴은 당해 55승 107패로 리그 최하위에 자리했다. 루카스는 “한국야구는 열심히 하는 프로페셔널한 야구다. 야구에 깊게 몰입한다. 나는 이런 게 좋다. 휴스턴과 LG를 비교하면 LG가 더 낫다. 더 심각하고 더 경쟁적으로 야구에 임한다. 강하게 승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경쟁심을 비췄다.
루카스는 비로소 한국무대에 적응하기 시작, 다소 길었던 시범경기를 마쳤다. 강한 승부욕 속에서 감정을 컨트롤하고 있는 루카스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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