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잘했어. 작년부터 잘했잖아".
한화 2루수 정근우는 턱 부상 후유증으로 아직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종전 '이학준'을 뒤로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한 이시찬(30)이 연일 공수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근우도 "원래 잘했다. 작년부터 잘했다"며 "지금 복귀하면 내가 민폐가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시찬이 대단하다.
이시찬은 최근 한화의 주전 2루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올 시즌 12경기에서 36타수 13안타 타율 3할6푼1리를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에 7타석 모자라지만 30타석 이상 소화한 한화 타자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다. 특히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 포함해 9경기 연속 안타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개막 초반 백업 멤버로 시즌을 시작했던 그는 어느새 주전 2루수로 자리를 굳혔다. 정근우가 보다 완벽한 몸 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확실히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2루뿐만 아니라 유격수 수비도 가능한 이시찬이기 때문에 정근우가 복귀하더라도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만큼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이시찬은 "멘탈적으로 편해졌다. 쇼다 코치님과 김재현 코치님이 타격에서 기술적으로 프레셔를 주지 않으신다. 내가 갖고 있는 스윙을 자신있게 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작년에 1군 경기 경험을 많이 쌓았다. 타석에서 여유와 그 전에 잘 보이지 않던 시야가 넓어졌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지난 14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7회 기습적인 스퀴즈번트로 작전수행능력을 과시했고, 2루 수비에 있어서도 물 흐르듯 안정감을 자랑한다. 스스로는 "수비가 너무 부족하다. 연습을 해도 해도 부족한 게 수비인 듯하다"며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그의 수비는 군더더기 없다. 유격수 권용관(34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많은 29개의 보살아웃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최근 이 같은 활약으로 이시찬은 '개명 효과'를 보는 선수로 뜨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솔직히 개명을 해도 잘못하면 '이름 바꿔도 안 된다'는 평가를 받을까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난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치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 더 크다. 아직 새 이름이 나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개명의 부담도 적지 않았지만 자주 부상을 당했던 아픔을 잊고 새 출발한 뒤로 일이 잘 풀리고 있다.
이시찬은 "작년에도 시즌 중반 한 때 좋았지만 부상을 당했던 게 아쉬웠다. 내가 다치고 난 사이 (강)경학이가 주전으로 계속 나갔다. 경학이가 잘했고, 내가 다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며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면 안 된다. 부상을 당하며 경기에 못 나간다. 그것이 제일 안타까운 것이다. 올해는 끝까지 다치지 않고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는 소망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도 이시찬은 45경기였지만 타율 2할8푼6리 출루율 3할4푼5리로 활약했다. 시즌 중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껍질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이름을 바꾼 뒤 활약이 결코 '개명 효과'만으로 볼 수 없다. 부상만 없다면 이시찬은 날개를 더 활짝 펼칠 수 있다. 만 서른, 이시찬에게 화려한 봄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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