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27, 두산 베어스)은 18일 야구장에 오기 전 아침에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이날 오전에 차 문을 닫으면서 최주환은 차의 일부분이 조금 찌그러진 것을 발견했다.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임하면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9회말에 들어오기 전까지 최주환의 방망이는 조시 린드블럼에 막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스윙이 최악의 날을 최고의 날로 바꿔놓았다. 1-5로 뒤지던 팀이 4-5까지 추격했고, 팀의 운명이 걸린 2사 1, 2루에 최주환의 타석이 돌아왔다. 우완 이정민을 상대한 최주환은 볼 2개를 골라낸 뒤 3구째 스트라이크존 몸쪽 낮은 코스에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145km)을 힘차게 걷어올렸다. 이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끝내기 3점홈런(비거리 110m)이 됐다. 최주환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기도 했다.

경기 직후 최주환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주환은 “지난해 한화와의 경기에서 역전 3점홈런을 친 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팀이 패(그러나 자신의 기억과는 달리 실제로는 최주환이 3점홈런을 친 8월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두산은 11-9로 승리)했다. 오늘같이 극적인 홈런을 친 것은 야구를 하면서 처음이다”라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최주환의 홈런 한 방에 두산은 7-5로 역전승을 거뒀고, 4연승으로 10승(6패)째를 수확했다.
사실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좌완투수가 몸을 푸는 것을 보고 대타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투수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덤덤하게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이 최주환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 타석에서 운명같은 홈런이 나왔다. “오늘 아침에 차가 조금 찌그러진 것을 보고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홈런 하나로 다 보상받은 것 같다”며 최주환은 다시 한 번 기뻐했다. 아침부터 좋지 않은 일들만 일어났지만 마지막에 웃었다. 이날이 최주환에게는 진정으로 ‘운수 좋은 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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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