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 '9년만의 선발승' 송신영 "기적 일어났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4.20 13: 00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천번을 물어봐도 없어요"-차우찬 삼성 투수
차우찬의 등번호는 23번. 그는 '23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구단 관계자의 물음에 "천번을 물어봐도 없어요. 그저 남는 번호를 고른 것 뿐입니다. 선택권 자체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NBA의 '농구 황제'로 불리던 마이클 조던이 사용했던 등번호와 같아 혹시나 했던 것. 차우찬에게는 등번호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언젠가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은 오승환의 등번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차우찬은 볼이 많아 자꾸 풀카운트까지 간다. 만루에서 위험하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오승환의 삼성 시절 등번호는 21번. 차우찬이 타자와 승부할때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요새 갈색병 쓰거든요"-안지만 삼성 투수
17일 삼성-kt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모 기자가 안지만에게 "요즘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안지만은 "요즘 갈색병 쓰거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갈색병이란 유명 화장품업체의 나이트 리페어 제품. 피부 타입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베스트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고 안지만이 갈색병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장난기 가득한 안지만답게 재치 넘치는 한 마디를 던진 것일 뿐이다. 안지만은 요즘 들어 외롭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 한단다. 아직 총각인 그는 또래 친구들처럼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사는 게 목표란다.
▲"박종윤이 잠이 안 오도록 해줘야 되는데"-롯데 이종운 감독
부상 중인 박종윤을 대신할 1루수로 롯데는 김대우, 장성우 등을 쓸 계획을 갖고 있다. 이종운 감독은 1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김대우가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박종윤이 잠이 안 오도록 해줘야 되는데"라며 김대우가 더욱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17일 김대우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으나 18일에는 상대 선발이 좌완 장원준인 관계로 빠졌다. 그래도 이 감독은 김대우가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절박함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는 중이다.
▲"빨리 말려라. 사진 기자들 다 갔다"-두산 김태형 감독
19일 잠실구장에서 있을 예정이던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우천 취소된 후 더스틴 니퍼트는 그라운드를 뛰고 있었다. 경기가 열리지 못할 정도로 꽤 많은 비였지만 니퍼트는 늘 하듯 러닝을 계속했다.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장면을 본 김태형 감독은 혼잣말로 "빨리 말려라. 사진 기자들 다 갔다"라며 웃었다. 바닥이 미끄러운데 혹시나 뛰다가 삐끗하게 될 수도 있어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담긴 말이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보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항상 다음 경기를 착실히 준비하는 니퍼트를 지켜보며 흐뭇한 기분도 들었을 것이다.
▲"기적이 일어났다"-송신영 넥센 투수
19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7년만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7회 2사까지 6탈삼진을 곁들여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3200일만의 선발승을 따낸 직후 "기적이 일어났다"며 감회어린 소감을 내놓았다. 그는 현대와 넥센의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고 올해부터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개막을 2군에서 맞이했으나 선발진의 부진하면서 대체재로 호출을 받았고 특유의 제구력과 변화구로 KIA 타자들을 요리했다. 올해 우리나이로 39살의 나이에 부활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호투였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기적'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 "삭발은 우리 딸이 놀래서 안 돼" - 한화 김태균
한화 주장 김태균은 최근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옆머리는 자르고, 윗머리를 살짝 파마했다. 그는 "지난주 부산에서 일이 있고 난 뒤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잘랐다"며 "이제 삭발은 안 된다"고 했다. 알고 보니 다른 이유가 있다. 김태균은 "삭발은 우리 딸이 놀래서 안 된다. 2년 전 삭발했을 때 완전 애기였는데도 눈이 동그래져서 많이 놀라했다"는 슬픈(?) 사연을 털어놓았다. 올해 한화가 8승8패 5할 승률로 선전하고 있으니 김태균이 삭발할 일은 없을 듯. 19일 대전 NC전이 우천 연기된 뒤 그는 "빨리 놀아주러 가야겠다"며 올해로 5살된 딸 효린양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 "신경 꺼, 친구 많이많이" - 한화 쉐인 유먼
지난 17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유먼. 그가 어느 누군가를 찾자 구단 직원이 도와주기 위해 바로 옆에 따라붙었다. 그때 유먼이 또박또박 내뱉은 한마디, "신경 꺼". 유먼의 유창한 한국말에 주위는 웃음바다, 도와주려던 직원도 머쓱함과 함께 웃음이 빵 터졌다. 유먼은 "상관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 나도 한국에서 4년째 "라며 다시 한국말로 "친구 많이많이"라고 말했다. 한국생활 4년차, 이제는 한국말로 자신의 의사표현도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 유먼이다.
baseball@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