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상남자' 권혁, 스스로에게 화를 낸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20 13: 00

"아~ 열 받아". 
한화는 지난 17일 대전 NC전을 10-6으로 승리했다. 7회부터 구원으로 나온 좌완 권혁(32)가 9회까지 3이닝을 책임지며 한화 이적 첫 세이브를 올렸다. 45개 공을 던지며 팀 승리를 지킨 권혁은 경기 후 구단 자체 투수 부문 수훈선수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뭔가 분에 차있는 모습이었다. 권혁은 "아~ 열 받아"라며 "홈런을 맞았는데 무슨 수훈선수인가"라고 자신을 탓했다. 이날 7-3 리드 상황에서 나온 권혁은 7회 에릭 테임즈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한화가 추가점을 내며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경기가 타이트하게 흘러가며 긴장감이 넘쳤다. 

이튿날 권혁은 NC를 상대로 다시 마운드에 올라 보란 듯 설욕했다. 8-6으로 리드한 9회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맞았을 뿐 탈삼진 1개 포함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연이틀 세이브를 거두며 한화의 시즌 첫 연승과 5할 승률 복귀를 이끄는 그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권혁은 전날 상황에 대해 "투수는 어떤 상황이든 타자에게 맞은 게 아쉽다. 여유 있게 경기를 끝내야 할 상황인데 나 때문에 경기가 타이트하게 갔다. 그 부분이 아쉬워서 자책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3이닝 세이브라는 결과에도 3실점을 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족을 모르는 것이다. 
이 같은 승부근성은 올 시즌 권혁이 다시 리그 최고 구원투수가 된 배경이 되고 있다. 많은 공을 던지고 싶어 삼성을 떠나 한화로 이적한 권혁은 올해 팀의 16경기 중 11경기에 등판해 15⅔이닝을 던지고 있다. 구원투수 중 최다이닝. 피홈런 3개로 평균자책점이 5.17로 높지만 2세이브3홀드를 기록 중이다. 
점점 전성기 시절 느낌도 찾고 있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15⅔이닝 동안 탈삼진 17개를 기록, 9이닝당 탈삼진이 9.7개에 달한다. 그는 "예전에 한창 좋을 때 직구 구위가 느껴지고 있다. 날이 풀리면 스피드도 더 빨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좋아졌고,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이제 대전 홈팬들은 권혁이 마운드에 올라올 때마다 누구보다도 큰 함성과 환호를 보낸다. 권혁도 야구 할 맛이 난다. 그는 "요즘 마운드에서 즐기면서 던지고 있다"며 "세이브든 홀드든 승리든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처럼 계속 꾸준하게 경기에 나가 팀이 이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 없이 공 던지는 권혁, 진짜 상남자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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