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모두 역전승. 김세영(22, 미래에셋)이 자신도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샷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2승째를 거머쥐었다. 그렇지만 인터뷰에서는 "생애 두 번째로 기억에 남을 샷"이라고 말해 왜 그가 '역전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김세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 638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대회 마지막날 박인비(27, KB금융그룹)와의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월 퓨어 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 우승 이후 2개월만이다.
그 과정이 짜릿했다. 사실 김세영은 17번홀부터 계속 위기를 맞았다. 박인비가 파 퍼트를 성공시킨 후 약 5m 내리막 파 퍼트를 힘겹게 성공시켰다.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설상가상 18번홀(파4)에서는 아예 티샷을 물속에 빠뜨렸다. 김세영은 3번째 샷을 그린 근처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박인비가 버디 퍼트를 홀 바로 앞에 공을 세워 사실상 파를 확보한 상황. 홀까지 약 6m 거리를 남긴 김세영으로서는 무조건 홀컵에 공을 집어넣어야 연장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세영의 칩샷은 상상하지 밖에 홀컵으로 빨려들었다.
연장 첫 홀. 김세영과 박인비는 나란히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다. 그런데 김세영의 154야드 세컨드 샷이 그린 앞쪽에 두 차례 튀더니 홀컵으로 들어갔다. 샷 이글. 김세영은 잠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듯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캐디와 기쁨을 나눴다. 승부는 거기서 끝이 났다.
누가 봐도 생애 최고의 샷이자 경기로 기억될 만 했다. 하지만 김세영에게는 아니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김세영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샷은 아니었다. 두 번째였다"고 밝혔다.

김세영이 밝힌 가장 기억에 남는 샷은 지난 2013년 9월에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한화금융클래식이었다. 김세영은 당시 17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선두였던 유소연에 1타차로 다가선 후 18번홀에서 동타를 이뤄 연장에 돌입, 역전우승을 따낸 바 있다.
실제 김세영은 KLPGA에서 뛰며 거둔 5승을 모두 역전우승으로 장식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더욱 공격적이고 정확한 샷을 날리는 김세영이었기에 가능한 별명이었다.
김세영의 이 전매특허는 루키 시즌인 올해 LPGA에서도 통하고 있다. 김세영은 첫 우승을 거머쥔 지난 2월 열린 퓨어 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도 역전극을 이끌어냈다. 당시 마지막 4라운드를 공동 6위로 시작한 김세영이지만 5타를 줄여 유선영(29, JDX)과 쭈타누칸(태국)과 연장전에 돌입하더니 결국 우승에 성공했다.

김세영의 우승 퍼레이드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제 선두를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보고 싶다.
letmeout@osen.co.kr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