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LG, 강자의 조건 갖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21 06: 01

뿌리가 깊게 박힌 나무는 견고하다. 비바람에도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장기 레이스는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뿌리가 깊게 박힌 팀이 궁극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뿌리가 약했던 LG가 달라진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LG는 20일 현재 8승9패(.471)을 기록해 넥센·KIA와 함께 공동 7위를 달리고 있다. 5할이 안 되는 성적, 그리고 공동 7위라는 순위를 고려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정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최약체 kt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고 여기에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어려운 4월이 예고됐었기 때문이다. ‘5할 버티기’가 화두였던 4월임을 고려할 때 이런 LG의 성적은 분명 의미가 있다.
현재 LG는 정상적인 전력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중요한 선발진에는 우규민과 류제국이 빠져 있다. 두 선수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한다면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LG 마운드의 핵심이다. 야수 쪽에서도 외국인 타자(잭 한나한)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이라는 점은 정상참작이 될 법하다. 핵심인 박용택 유원상이 각각 독감과 컨디션 저하로 2군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5할 승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상문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양 감독은 “어려운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안 좋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라면서도 “그 외의 나머지 부분에서 선수들이 자기 몫을 나름대로 잘 해줬다. 현재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양 감독은 “공·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5할 근처를 맞췄다”라며 현재 성적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애썼다.
야수 쪽에서는 오지환 정성훈이 최고 수훈 선수로 뽑혔고 투수 쪽에서는 불펜에서 분투한 김선규 정찬헌 이동현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양 감독은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장진용 임지섭 임정우도 주어진 몫을 100% 소화했다”라면서 대체 선발 3인의 활약상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이름은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양 감독은 “이진영 이병규(9번)가 결정적인 순간 자기 몫을 다했다”라고 칭찬했다.
고비 때마다 팀을 승리로 이끈 공로다. 이병규는 10일 두산과의 라이벌전에서 대타로 나서 역전 3점 홈런을 때리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팀이 경기에서나 전체적인 흐름에서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영웅처럼 등장했다. 12일 두산전에서는 이진영이 역전 끝내기포를 터뜨리며 다시 위기의 LG를 구해냈다. 형님들이 앞장 서 팀을 이끌어간 셈이다. 그 외 정성훈 이동현 등 팀의 주축 선수들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든든한 구심점이 됐다.
이들은 팀의 뿌리라고 비유할 수 있다. 확실한 자기 경력들이 있고 성적에 대한 계산이 어느 정도 서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있어야 코칭스태프도 다른 구상을 짜기가 수월하다. 여기에 이들이 든든하게 버텨야 다른 젊은 선수들도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주축 선수들이 있을 때 양석환이나 박지규와 같은 선수들에게는 큰 기대가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자기 몫을 못하면 이들의 어깨에도 부담감이 걸릴 수밖에 없는 논리다.
뿌리의 강인함은 시즌을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의 강인함과 일맥상통한다. 양 감독은 “2년간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었다. 그런 경험이 내면적으로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결정적인 몫을 했다”라면서 “선수들이 어려운 가운데 힘을 비축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을 것”이라며 다시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여기에 이 어려운 시기에 1군을 경험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쑥쑥 성장한다면 금상첨화다. 어려운 와중에서도 버티고 있는 LG가 깊은 뿌리와 함께 신·구 조화의 목표에도 서서히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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