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낙 안 맞아서…”
SK 주전 안방마님 정상호(33)의 표정은 최근 굳어 있었다. 훈련에서도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망이가 좀처럼 맞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호는 지난 17일까지 타율 2할1푼6리를 기록 중이었다. 그나마 1할대에서 올라온 타율이었다. 정상호를 하위타선의 핵심으로 여겼던 코칭스태프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이었다.
김용희 SK 감독과 김무관 신임 타격코치는 마무리캠프부터 정상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방망이에 소질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SK에서 정상호를 핵심으로 지목한 것은 의외였다. 정상호의 프로 통산 타율은 2할5푼5리다. 761경기에서 홈런도 58개로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적. 수비적인 가치가 더 컸던 선수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래서 더 정상호를 주목했다. 이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는 재질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상호에게 3할을 바라기보다는 8번 타순에서 한 방을 기대했다. 그렇다면 상대 마운드에 위압감을 주는 타선 구축이 가능했다. 정상호도 땀을 흘렸다. 소극적인 스윙보다는 적극적으로 힘을 싣는 타격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시즌 초반에는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정상호의 타순에서 공격 흐름이 끊긴 적도 적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절대적인 신뢰를 과시했다. 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1주일에 6경기를 치른다고 하면 4경기 정도는 정상호를 선발 포수로 내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수비적인 면에서 비중이 큰 선수이기는 하지만 타순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며 한 방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정상호는 드디어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며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준비를 마쳤다.
정상호는 18일 인천 LG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방망이에 시동을 걸었다. 5회에는 추격의 시발점이 되는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렸고 4-4로 맞선 6회에는 결승 3점 홈런(시즌 2호)을 때리며 팀 승리의 결정적인 몫을 했다. 그럼에도 정상호의 얼굴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정상호는 홈런 비결을 묻는 질문에 거듭 “운이 좋았다. 상대의 실투였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라고 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한 경기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는 질문에 정상호는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면서 꾸준히 기용하는데 워낙 잘 안 맞다보니 힘든 게 있었다”라고 했다. 스스로도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면서 정상호는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다”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SK는 최근 7·8번 타순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김 감독도 “확실히 튀는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믿음은 계속된다. 타순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으며 기존 선수들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정상호는 그 믿음이 가장 확고한 선수 중 하나이며 여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원채 힘은 타고 난 터라 정확도만 높이면 많은 장타를 뿜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상호가 김용희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SK 타선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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