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은 왜 3년 만에 번트를 댔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22 05: 57

희생번트와 4번 타자는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4번 타자도 희생번트를 댈 수 있지만 쉽게 볼 수 잇는 장면은 아니다. 팀 내에서 가장 타격능력이 좋은 타자가 4번 타자이고, 희생번트는 아웃카운트 1개를 소모하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잠시 시계를 작년으로 돌려 보자. 작년 200타석 이상 출전한 4번 타자들 가운데 희생번트는 단 1번 있었다. 5월 10일 NC 이호준이 롯데전에서 주자를 2루에 놓고 번트를 댔다. 벤치 지시가 아니라 1점이 간절했던 이호준이 내린 선택이었다. 그 만큼 4번 타자의 번트는 보기 쉽지않은 장면이다. 올해에는 4번 타자의 희생번트가 없었다. 4월 21일, 광주 KIA-롯데전 전까지는 말이다.
3연패 중이었던 롯데는 광주에서 연패탈출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선발 레일리의 호투가 이어진 가운데 롯데는 1-1 동점이던 6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등장한 4번 타자 최준석은 초구부터 번트 모션을 취했고, 양현종의 2구 째에 3루쪽으로 번트 타구를 보내 깔끔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최준석의 희생번트는 거의 3년 만이었다. 2012년 9월 25일, 6번 타자로 출전했던 최준석은 4회 무사 1,2루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2013년 번트가 없었던 최준석은 2014년 롯데입단 후 처음으로 희생번트를 기록하게 됐다.
희생번트 결과를 놓고 승패를 논하는 건 결과론이다. 롯데는 4번 타자의 희생번트에도 불구하고 이후 득점에 실패했고, 오히려 6회 추가 2실점을 하면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1-1 동점에 양 팀 마운드에는 에이스투수인 레일리와 양현종이 있던 상황, 6회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를 선택한 롯데 벤치의 작전은 일리가 있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 4번 타자 최준석이었다는 점이다. 4번 타자의 희생번트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결과가 좋으면 괜찮은데, 만약 후속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득점의 흐름이 끊어진다. 때문에 반드시 1점이 필요할 때에만 나오기 마련이다. 또한 다득점은 기대하기 힘들다.
최준석이 희생번트를 한 6회로 돌아가보자. 양현종은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연달아 볼 4개를 던지고 볼넷을 내준다. 황재균에게는 2구만에 중전안타를 맞고 확연히 흔들렸다. 여기서 4번 타자 최준석이 아웃카운트 하나와 주자 진루를 맞바꿨다. 5번 타자는 강민호, 양현종을 상대로 통산 타율 3할1푼3리 3홈런이 있지만 삼진으로 물러났고 정훈까지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참고로 최준석의 양현종 통산 상대타율은 3할5푼7리 3홈런이었다.
더군다나 롯데는 요즘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 확실한 주전 마무리투수가 없는 가운데 상황에 맞게 뒷문을 꾸리고 있다. 직전 경기였던 18일 잠실 두산전은 5-1로 앞서가다 9회말 5-7로 충격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즉 롯데는 편안한 승리를 위해 다득점이 필요했다. 상징성을 갖는 '주장·4번 타자'가 1점을 위한 희생번트까지 감행했지만 롯데는 연패탈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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