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스파이크, 장갑 다 처분했어요”.
‘2할5푼(68타수 17안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7)의 현재 타율이다. 손아섭이 누구인가. 그는 지난해 타율 3할6푼2리로 이 부문 3위를 기록. 4년 연속 외야수 골든 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손아섭은 2010년부터 5년 연속 3할의 타율을 기록했고, 매 시즌 타격왕 경쟁을 펼치는 선수다. 또한 통산 성적이 3할2푼2리에 달할 정도로 정교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손아섭에게 걸맞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해 같은 시기(2014년 4월 21일)까지 16경기를 치르면서 타율 3할9푼4리(66타수 26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타율 1위였고, 2위는 3할7푼3리(59타수 22안타)를 기록했던 박용택(LG)이었다. 딱히 긴 슬럼프를 겪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유독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경기가 3경기에 불과하다. 부진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에 쉬면서 감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손아섭은 꾸준한 경기 출전에 욕심이 있다. 그는 “경기 감각을 되찾고 싶다. 타격이 안 좋아서 쉬어가는 타이밍이 있는 반면에 경기를 하면서 찾아가야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 그런 상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종운 감독은 손아섭에게 휴식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출전을 고집했다. 이어서 그는 “감독님이 빼시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쉬겠다는 생각은 없다. 안 된다고 피해가기보단 부딪혀야 한다. 그러면서 한 단계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타격 슬럼프는 손아섭에게 큰 스트레스다. 손아섭은 “최근에 4kg가 빠졌을 정도로 입맛이 없다”면서 “특타도 하고 타격폼 변화를 시도해봤다. 미세한 부분까지 해서 폼을 10번 정도 바꿨다. 스탠스도 바꿔보고 이것, 저것 해봤는데 슬럼프 때는 답이 없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말했다.
슬럼프에 빠지자 평소에 하지 않았던 행동도 하게 됐다. 손아섭은 “원래 야구 용품을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자, 스파이크, 장갑을 다 처분하고 새 것으로 바꿨다. 잘 해보려는 노력이다”라면서 “얼마나 심란했으면 바꿨겠나”며 하소연했다. 그리고 그의 모자엔 ‘힘 빼기’, ‘밀어치기’, ‘하나만 생각’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역시 모자를 새로 바꾸면서 새로 새겨 넣었다.
예전 모자에는 더 많은 문구가 빽빽이 적혀있었다. 손아섭은 “이전 모자에는 빽뺵하게 써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만 생각하자’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런 문구를 적어 넣었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타격 페이스를 올리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다. 아울러 손아섭은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2루타를 친 것에 대해서도 “얼떨결에 친 것이다. 치다보면 갑자기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계기가 있는데 아직은 안 왔다”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하지만 점차 느낌을 찾은 것일까. 손아섭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하던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심동섭의 공을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만들었다. 17일 두산전과 마찬가지로 밀어 쳐서 나온 깨끗한 안타였다. 이제 슬럼프 탈출을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손아섭이 2경기 만에 다시 나온 2루타로 타격감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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