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제자 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부진 논란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염 감독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강정호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강정호는 22일(이하 한국시간) 경기 이전까지 8경기에서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도 선발 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수비 실책까지 범했다. 마이너리그로 가는 것이 낫다는 현지 언론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강정호를 잘 알고 있는 염 감독의 생각은 일반적인 시선과 다르다. 우선 강정호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21일 목동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염 감독은 “(강정호가 지금) 부진한 것이 아니다. 능력이 없는 선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소 단호하다 싶을 정도로 강정호를 변호한 이유는 아직까지 기회가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몇 타석 나오지도 않았는데 평가할 수 없다. (최소한) 전반기가 끝나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염 감독의 의견이다.
이어 염 감독은 “올해만 본다면 그 팀에서도 마이너리그로 보내겠지만, 계획이 있으니 그 금액을 주고 데려갔을 것이다. (팀이) 일희일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츠버그에 있어 강정호는 4년간 포스팅 비용 포함 총 2100만 달러를 들인 선수고, 팀 옵션을 포함하면 2019년까지도 팀에 몸담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경험이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염 감독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 특히 피츠버그는 고액 연봉자인 2루수 닐 워커(800만 달러)를 잡기 어렵다. 이미 겨울에도 트레이드설이 나돌았고, 올해 트레이드 마감 기한 내에 팀을 옮길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하다. 피츠버그로서는 강정호가 워커 이후 시대를 대비한 회심의 카드일 수도 있다.
염 감독은 지금 강정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김하성으로 대화 주제를 잠시 돌리기도 했다. “지난해 김하성이 1군에 계속 있었는데, 김하성에게는 팁을 준 것이지만 팀은 희생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굉장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먹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강정호의 처지가 어쩌면 지난 시즌 김하성과 비슷하기도 하다. 김하성은 지난해 60경기에서 타율 1할8푼8리, 2홈런 4도루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팀 내에 강정호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팀이 치른 18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3할2푼8리, 2홈런 2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강정호 역시 당장 눈에 띄는 선수가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의 김하성처럼 언젠가 주전으로 도약해 팀을 이끌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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