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쉬고 나왔지만, 유네스키 마야(34, 두산 베어스)도 예외일 수 없었다.
마야는 지난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맞은 것을 비롯해 8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1실점했다. 2.45였던 마야의 평균자책점은 단숨에 6.12로 치솟았다. 이전 등판인 9일 잠실 넥센전에서 보여준 3볼넷 노히트노런 역투와 크게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 등 한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기록을 달성한 투수들은 그 다음 등판에서 대체로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마야가 노히트노런 당시 136구를 던졌듯, 대기록을 위해 투수들은 그 경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김태형 감독의 말에 의하면 마야는 3일 사직 롯데전부터 팔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136개의 공을 던졌고, 이에 팀이 11일 휴식을 주고 내보냈지만 결과는 초라한 패전이었다.

과거 기록을 살펴봐도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마야 이전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었던 찰리 쉬렉(NC)은 지난해 6월 24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그러나 다음 등판인 2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4⅔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허용한 것을 포함 7피안타 5탈삼진 1볼넷 9실점(1자책)했다. 자책점은 1점에 불과했지만 기록에서도 드러나듯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를 살펴봐도 대기록을 이룬 뒤 부진한 경우들이 꽤 있었다. 한국에 처음 올 때부터 퍼펙트게임 경력으로 주목을 받은 필립 험버(KIA)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극과 극의 경험을 했다. 험버는 2012년 4월 22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를 맞아 상대한 27명의 타자를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빅리그 역사상 21번째 퍼펙트게임이었다. 그러나 5일 뒤 다시 등판해서는 보스턴 레드삭스 타선에 난타당해 5이닝 9실점했다.
지난해가 자신의 마지막 시즌이던 조쉬 베켓도 약간은 그랬다. LA 다저스에 몸담고 있던 베켓은 2014년 5월 2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볼넷 3개만 허용하고 6탈삼진 무실점해 생애 첫 노히트노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5월 3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는 5이닝 2실점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저 그런 결과를 냈다.
확실한 예외가 있다면 베켓의 노히트노런을 지켜본 동료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지난해 6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대결에서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없는 15탈삼진 노히트노런을 해냈다. 핸리 라미레스의 실책만 아니었다면 퍼펙트게임도 가능했다. 커쇼는 다음 등판인 6월 25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도 8이닝 6피안타 무실점했다.
‘역시 커쇼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하지만, 빅리그에선 흔하지 않은 5일 휴식이라는 비밀도 숨어있었다. 물론 휴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커쇼 같은 경우 5일 휴식을 해서가 아니라 커쇼였기 때문에 퍼펙트급 노히트노런 뒤에도 8이닝 무실점 호투가 가능했을 것이다.
마야는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는 것과 같은 휴식기를 가졌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여러 노히트노런(퍼펙트) 달성 투수들에게는 부진에 빠진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마야는 속설을 피해가지 못했고, 영광과 상처를 한 몸에 받았다. 이제 좋았던 기억과 악몽을 모두 잊고 다시 출발하는 것만 남았다. 마야가 다음 등판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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