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가격 대비 최고 외국인 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22 06: 24

총액 35만 달러 선수가 맞는 것일까. SK 새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7)가 좋은 투구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고비야 찾아오겠지만 가격 대비 최고 외국인 투수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켈리는 2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5⅔이닝 동안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무대 데뷔 이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며 아직까지 승리가 없었던 켈리의 마수걸이 승리였다.
경기 후 김용희 감독은 “제구와 구위 측면에서 모두 좋지 않았다”라고 합격점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켈리의 투구는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었다. 상대 타선이 리그 최하위인 kt임도 감안해야겠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기 때문. 2실점한 3회 상황이 그랬다. 2-0으로 앞선 3회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둔 상황에서 이대형의 타구가 좌중간을 향했는데 조명으로 공이 들어가버리며 박재상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켈리는 이후 다소 흔들리며 볼넷, 안타 2개로 2실점했다.

만약 박재상이 이를 잡아냈다면 2실점도 없었을 것이고, 투구수도 아껴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을 수도 있었다. 올 시즌 3경기(노게임 포함 4경기)에 등판한 켈리의 평균자책점은 2.33으로 수준급이다. kt를 두 번 상대한 점은 있겠으나 15일 인천 넥센전에서도 7이닝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활약을 선보였다. 올 시즌 피안타율은 2할1푼3리다.
이름값보다는 객관적인 기량과 인성을 중시한 SK는 마이너리그에서 흙속의 진주로 평가받았던 켈리를 영입했다. 그러나 총액 3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라는 수치에서 보듯 사실 켈리에 아주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다. 은근한 기대는 있었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경력을 가진 선수들도 곧잘 실패하는 KBO 리그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3~4선발급 활약만 보여줘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대 이상이다. 조범현 kt 감독은 21일 경기 전 “오히려 트래비스 밴와트보다 나은 것 같다. 커터가 상당히 좋다. 그렇다고 공이 느린 것도 아니다”라며 켈리의 구위를 칭찬했다. 실제 켈리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에 140㎞ 초반의 커터, 그리고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체인지업의 위력이야 이미 주목을 받았던 것인데 커브로도 스트라이크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까지 과시하며 순항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더 강한 타선을 구축한 팀을 상대하고 분석이 이뤄지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기대를 거는 대목은 제구가 나쁘지 않은 투수라는 점이다. 21일 경기에서는 제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그 전 경기까지는 탈삼진 14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단 두 개였다. “타자 무릎 부위에서 빠른 공이 제구된다”라며 기대를 걸었던 SK 코칭스태프의 분석은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켈리는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첫 승에는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켈리는 밴와트에 이어 SK 또 하나의 성공작으로 등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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