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레다메스 리즈(32) 이상일지도 모른다. 올해로 한국무대 4년차를 맞이하는 헨리 소사(30)가 정점을 찍으려 한다. 소사는 지난 21일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8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2승을 거두며 곧바로 이전 경기 부진(4월 15일 잠실 KIA전 5이닝 5실점)을 극복했다. 소사는 현재 리그 전체에서 이닝(33이닝)과 퀄리티스타트(4회)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지난겨울 LG는 리즈 재영입에 실패하자 리즈 대안으로 소사를 선택했다. 동향 출신이고 친구 사이인 둘은 체격과 투구 스타일이 비슷하다. 심지어 장점과 단점도 같다. 소사와 리즈 모두 150km를 가볍게 넘기는 빠른 공을 구사하며 각도 큰 슬라이더가 두 번째 무기다. 체력이 강해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4일 휴식 후 등판에도 능하다. 반면 순간적으로 제구력이 흔들리곤 하며, 투구패턴도 단조로운 편이다.
그런데 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소사도 한국무대 경험이 쌓이며 무섭게 진화했다. 안정감만 놓고 보면, 오히려 리즈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소사는 KBO리그 첫 해였던 2012시즌 9이닝당 볼넷 2.38개, 2013시즌에는 3.72개, 2014시즌에는 3.24개, 그리고 올 시즌 1.64개로 확 줄어들었다. 이는 리즈가 KBO리그 커리어 하이를 보냈던 2013시즌 3.91개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둘 다 제구력이 향상됐는데 소사는 완급조절 능력까지 더했다. 패스트볼의 구속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뿐이 아닌, 슬라이더도 두 종류로 나눠서 구사한다. 소사는 이를 두고 “넥센에 있을 때 이강철 코치님께 배웠다. 구속을 빠르게 하면서 각도가 작은 슬라이더와, 구속을 느리게 하면서 각도가 큰 슬라이더를 모두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슬라이더는 140km 이상으로 타자로부터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다. 두 번째 슬라이더는 120km대로 마치 커브처럼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소사가 마음껏 강약을 조절할 수 있었던 데에는 KBO리그에 대한 반복된 공부가 크게 작용했다. 소사는 “상대 타자들이 나를 상대할 때 어떤 공을 노리는지 보인다”면서 “4년전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 야구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러나 4년을 뛰면서 타자들의 성향과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을 공부했고, 많이 알게 됐다. 예전에는 스트라이크를 구심이 안 잡아주면 화도 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4년 동안 한국야구를 많이 배운 게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 고무적인 점은 소사가 팀 동료 루카스 하렐(30)에게 이러한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사는 2012시즌 KBO리그에 오기 전 루카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휴스턴에서 뛰었다. 휴스턴 유망주였던 둘은 2011시즌 막바지 휴스턴 선발진에 함께 자리하며 빅리그 선발투수를 꿈꾼 바 있다. 비록 소사가 2012시즌부터 미국을 떠났지만, 둘은 LG에서 재회하기 전까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KBO리그에선 소사가 선배인 만큼, 소사는 스프링캠프부터 루카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소사는 “루카스와 항상 이야기를 한다. 지난 경기에서 루카스가 잘 했는데 루카스에게 계속 팁을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카스는 지난 17일 문학 SK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KBO리그 첫 승에 성공했다. 이전 3경기와는 다르게 경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했고, 볼넷도 1개 밖에 범하지 않았다. 6회말 나주환을 상대하는 과정에선 구심을 향해 자신의 성급한 판단을 사과하기도 했다. 바깥쪽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다고 판단, 마운드에서 내려가려 했지만, 구심이 볼을 선언하자 곧바로 마운드로 복귀했다. 그러면서 구심을 향해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전까지는 루카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덧붙여 루카스는 동료들의 호수비에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소사의 조언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비록 소사와 루카스가 조금 다른 유형의 투수이긴 하지만, 루카스 또한 소사 못지않은 구위를 자랑한다. 포심 투심 컷 세 가지 종류의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루카스는 땅볼 유도에 능하면서도, 체인지업과 커브를 활용해 삼진도 잡을 수 있다. LG 주전포수 최경철은 루카스에 대해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 루카스가 여러 가지를 느끼며 고쳐가는 중이다”며 “사실 공이 워낙 좋은 투수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만일 루카스가 지난 SK전 모습을 이어간다면, 소사와 함께 막강 외인 원투펀치를 이룰 수 있다. 2011시즌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가 함께 두 자릿수 승에 성공한 이후 4년 만에 같은 기록이 세워질지도 모른다. 루카스의 다음 등판은 오는 23일 잠실 한화전, 소사는 오는 26일 마산 NC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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