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추구한다.
사령탑 첫해 유행어처럼 번진 '나믿가믿'(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에서 알 수 있듯 한 번 선수를 믿으면 끝까지 간다. 때로는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기도 한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다. 언젠가는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선수들도 류중일 감독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한다. 이승엽, 채태인, 임창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시즌 야마이코 나바로의 부진이 심상찮다. 지난해 타율 3할8리(500타수 154안타) 31홈런 98타점 118득점 25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 활약은 기대 이하. 21일까지 7차례 대포를 쏘아 올렸지만 타율이 1할6푼7리(66타수 11안타)에 불과하다. 1번에서 3번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렇다할 효과는 없었다.

나바로를 향한 류중일 감독의 믿음은 변함없다. "지금은 부진하지만 원래 잘 치는 선수 아닌가. 기다리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그리고 구단 측은 나바로가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어머니, 남동생 등 가족들을 한국에 초청하기로 했다.
언젠가 류중일 감독에게 '선수를 신뢰하는 기준과 한계 시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선수들의 경륜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 한다는 의미였다.
류중일 감독은 "못하는 선수가 갑자기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륜이 있는 선수는 언젠가는 올라오게 돼 있다"면서 "경륜이 풍부한 선수가 지금 당장 부진하다고 경륜이 없는 선수를 투입하는 건 모험이다. 그렇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과거 활약도만 놓고 판단하는 건 아니다. 류중일 감독은 "경륜이 풍부한 선수 가운데 기본적인 체력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며 "부진의 원인을 빨리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륜이 풍부한 선수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올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게 류중일 감독이 말이다.
이승엽은 2013년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한물갔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난해 최고령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그만한 선수가 어디 있느냐"는 류중일 감독의 믿음이 이승엽의 명예 회복에 한 몫 했다.
이승엽 또한 "정말 너무 믿어주셔서 어떨 땐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면서도 "감독님께서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독려해주셨다. 나 역시 하루빨리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류중일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부진의 늪에 빠진 나바로를 되살릴 수 있을까. 현재 분위기라면 부정보다 긍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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