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이준형에게 ‘임지섭 프로젝트’ 가동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22 10: 00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좌완 파이어볼러 임지섭(2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가운데,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준형(22)의 잠재력도 폭발시키려 한다.
LG는 지난 20일 kt와 2대1 트레이드를 단행, 포수 윤요섭과 내야수 박용근을 kt에 내주고, kt로부터 강속구 투수 이준형을 받았다. 트레이드 발표 후 양 감독은 “이준형을 시범경기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퓨처스리그 맞대결에서도 우리 전력분석팀의 평가가 좋았다.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정도로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투수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다”며 “선발투수로 키우려고 생각 중이다. 당장 1군 경기에 올리지는 않고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키워가려고 한다. 2, 3년 후를 내다보고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준형은 21일부터 LG에 합류, 새로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불펜투구에 들어갔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이준형은 오는 23일 잠실 한화전까지 1군 선수단과 함께 매일 불펜투구에 나설 예정이다.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 윤학길 퓨처스총괄투수코치는 3일 내내 이준형의 불펜투구를 지켜보며 여러 가지를 파악하려고 한다.

지난해 5월 양상문 감독은 LG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임지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엄청난 공을 던지지만, 불안한 투구밸런스로 인해 미완이었던 고졸신인 임지섭을 0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류택현 코치를 임지섭에게 붙였고, 임지섭은 실전 등판 없이 류 코치의 맨투맨 지도 아래 모든 것을 뜯어고쳐갔다. 당시 양 감독은 “올해 지섭이가 1군에서 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섭이를 먼저 투수로서 완성시켜 놓으려고 한다. 2, 3년이 걸릴 수 있지만, 하나씩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시작된 ‘임지섭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임지섭은 지난해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기량이 부쩍 향상됐고, 올 시즌 LG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 중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선발 등판한 4경기서 20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0패 평균자책점 3.48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는 물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며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이준형은 지난해 임지섭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투구폼이 크고 역동적이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를 구사, 임지섭과 구종도 똑같다. 양 감독은 이준형을 두고 “일단 공이 빠른 투수인 게 준형이의 매력이다. 신체조건도 좋기 때문에 선발투수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작년 임지섭에게 바라던 것처럼 이준형이 2, 3년 후 1군 선발투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 양 감독은 “가까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지금 당장 1군에서 쓸 투수는 아니다. 벌써부터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드(투구시 양 발의 간격)가 너무 넓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만 준형이에게 말했다”며 “모레까지 준형이로 하여금 팀분위기에 적응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강 코치, 윤 코치와 함께 준형이의 불펜투구를 보면서 준형이가 발전하기 위한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만일 이준형이 작년 임지섭처럼 보완할 부분이 많다면, 이준형도 올해 실전 등판 없이 전면수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준형은 프로 입단 후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한 경험이 있다. 현재 구속도 가장 좋았을 때보다는 안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양 감독은 23일까지 이준형의 메커닉을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다. 투수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프지 않고 던지는 것’이다.
LG는 최신·최고 2군 시설을 자랑한다. 이미 1·2군 코칭스태프의 지도력과 이천 챔피언스파크의 인프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꾸준히 새로운 얼굴이 나오고 있다. 임지섭 외에도 2년차 양석환과 1년차 박지규도 1군에서 자기 몫을 하고 있다. 양 감독의 공언처럼, 몇 년 후에는 임지섭과 이준형이 좌우 파이어볼러로서 LG 선발진을 이끌지도 모른다.
한편 양 감독은 LG에 투수자원이 많은 것을 감안, 향후 투수를 통한 트레이드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투수를 내주는 트레이드는 없을 것 같다. 투수가 부족해서 이번에 투수를 추가한 것 아닌가”라고 웃었다. ‘투수왕국’ LG를 이룩하기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고 움직이는 양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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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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